제 20대 4·13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여야 정치권이 공천갈등으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중앙당 차원의 정책도 내놓고, 여야가 각기 상대당과 표심 싸움을 벌여야 하지만 당내에서 자기들끼리 죽고 살기로 싸우고 있다. 야당보다 새누리당이 특히 더 심각한 국면이다.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커녕 정치 혐오감만 키우고 있어 안타깝다.

공천에서 가장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은 새누리당이다.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폭발해 이대로 가면 갈라지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충돌은 두 사람 간의 갈등이라기보다 친박과 비박의 세력싸움일 것이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현 의석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17일 김무성 대표가 빠진 최고위원회를 열어 공관위가 마련한 공천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무산됐다. 공관위는 이에 앞서 이재오·진영·주호영 등 비박계 인물 7명을 공천탈락 시켜 반발을 샀다. 진영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고 새누리당을 떠났다.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김무성 대표에게 취중 막말을 한 친박 윤상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18일 부산 중·영도의 김무성 대표 등 최고위원들의 지역구 후보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청원(경기 화성갑),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김을동(서울 송파병) 최고위원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 여론조사가 결과에 따라 공천 탈락할 수도 있다. 나머지 지역도 대부분 발표될 것으로 보여 또 한바탕 파장이 일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정청래·문희상 의원 등 현역 21명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공천을 일단 마무리했다. 정청래 의원만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을 뿐 정호준 의원이 탈당하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의 힘에 눌려 반발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국민의당은 야권통합 논란으로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천정배 의원 간에 갈등을 빚더니 결국 김한길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 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공천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정호준 의원이 합류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쏠쏠하게 이삭을 주은 것이다.

공천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각 당이 알아서 하면 된다. 공천을 잘 해서 의석을 많이 확보하든지, 공천을 엉망으로 해서 의석을 왕창 잃든지 모두 그들의 일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어떻게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대안이 도무지 나오지 않고 있다.

당 상층부에서 공천싸움, 밥그릇 싸움, 세력싸움만 하고 있어 일선에서 뛰는 후보자들은 이렇다 할 공약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천이 늦어져 후보가 누구인지 얼굴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권자들이 당을 보고 찍을지 사람을 보고 찍을지 고민해야 할 판이다.

정치권은 급하게 짜깁기한 선심공약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미리미리 공약을 내놔야 할 것이다. 아무리 공천 싸움을 하더라도 공약은 공약대로 제시하라는 말이다. 또 하나는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하는 계파정치도 이젠 없어져야 한다. 국민을 위하지 않고 파벌을 조성해가며 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을 우습게보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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