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최근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알파고'(AlphaGo)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가 인공지능 산업에 들이는 예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능보건사회 간담회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올 상반기 안에 설립하고 관계 기술 및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지능정보 기술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로 대표되는 '지능'에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크라우드 등의 정보를 결합해 산업에 적용하는 기술로 정의했다. 이는 인고지능 보다 넓은 개념이다.

연구소 설립 재원은 민간기업 출자로 이뤄진다. 정부는 플래그십 프로젝트 등 연구개발 추진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래부가 발표한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참여 기업 6군데. <제공=미래창조과학부>

◆ 삼성·LG·SK 등 6개 대기업 참여

정부가 설립하기로 한 지능정보기술연구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 등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관심있는 6개 기업이 참여한다.

전자분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헬스케어·웨어러블·드론 등을 사업화 하고, 자동차분야의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자동차·자율주차 등을 사업화 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KT는 무인생산시스템·홈케어로봇·전문가시스템 등을 사업화하고, 네이버는 가상개인비서·감정인지분석·인공지능게임 들을 사업화한다는 목표다.

연구소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참여하는 각 기업이 30억원씩 출자해 총 180억원의 자본금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설립 이후 약 50명 가량의 규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는 30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지로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주로 인공지능 원천기술로 구성된 지능정보기술의 연구개발(R&D)와 사업화, 지능정보산업을 위한 데이터 결집·협업 등이다.

이를 통해 핵심 지능정보기술을 확보하면서 이를 산업 분야에 상용화할 응용기술 연구도 병행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연구소는 언어지능, 시각지능, 공간지능, 감성지능, 요약·창작지능 등 5개 분야 지능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정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한편 미래부는 올해 편성된 인공지능 관련 예산(1388억원)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내년 이후 관련 예산을 연간 2000억원 내외로 늘릴 계획이다. 또 공공투자를 마중물 삼아 민간 투자를 유도해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 관련 투자현황. <제공=미래부>

◆ 우리나라 현주소는?

하지만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와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AI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관련 특허 수는 306건으로 전체의 3%, 미국의 5%, 일본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 인공지능 산업의 시장 규모는 올해 1270억달러에서 내년 165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도 2017년 6조4000억원으로 클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특성상 인터넷과 특정 게임 산업에 국한된 실정이다.

한국의 AI 관련 소프트웨어(SW) 기술 수준도 최고기술 대비 75%이며, AI 응용 SW 기술도 74%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도 선진국 대비 크게 미흡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해 매년 36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은 매년 30억달러(3조5649억원), 일본은 1000억엔(1조482억5000만원)을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민간 부문의 AI 산업 기반도 부족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AI 관련 기업은 24~26개로 추정되며 이는 세계 AI 관련 스타트업 수와 비교할 때 2.5~6.7% 수준에 그친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컨설팅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고 인공지능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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