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리기 전인 지난 7일, 중국 프로바둑 기사 커제 9단과 중국의 사물인터넷 업체 노부마인드는 저녁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커제 9단과 중국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이거우선지'이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형식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과 똑같다. 상금 100만달러에 기자회견 방법도 '이세돌-알파고'와 같이 화상연결로 이뤄졌다.

#2. 구글은 '이세돌-알파고' 대결에 200만달러 정도 경비를 지출했다. 알파고의 승리로 상금 100만달러를 고스란히 가져갔으니 결국 100만달러만 쓴 셈이다. 하지만 구글이 거둔 경제적 효과는 추측할 수 없을 정도다. 대국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돼 바둑이 생소한 미국 및 유럽 등 전세계에서도 주목 받았고, 구글이 AI의 최강자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특히 구글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다섯 판 대국을 벌인 기간에 시가총액이 58조원 이상 늘어났다.

#3. 한국은 '테스트 마켓'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향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공지능 시장에서 한국이 최첨단 ICT 강국으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이상의 상황은 '대한민국=테스트 마켓, 중국=추격조, 구글=수혜자'로 요약된다. 과거 스마트폰을 비롯해 인터넷 시장에서 보여줬던 ICT 업계의 글로벌 원칙이 인공지능(AI)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우리나라는 첨단 ICT 산업의 첨병으로 다시 한 번 부각받았고, 중국은 뒤늦게 배끼기에 나섰다. 여기서 이익을 챙긴 것은 '구글'이었다.

PS. 이 9단과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이 열리던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관섭 1차관 주재로 산·학·연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응용 산업화 간담회'를 열었다. 당초 계획에도 없던 간담회를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14일 AI 관련 예산을 올해 최소한 100억원 늘린다고 발표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는 300억원을 들여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고 '인공지능 전담팀'도 신설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토교통부는 "자율자동차 연구개발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나섰다. 부처간 불협화음이 불거지자 정부는 'AI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모처럼 민간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을 정부가 그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파고를 만든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닌 구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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