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표 이세돌과 인공지능 (AI)을 입은 구글의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이 연일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상 최초의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려있다. 하지만 대결의 결과보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지고 있다는 점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의 비인간화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지만 거꾸로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날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알파고의 상중앙 집을 무력화해 180수만에 승리했다. 3패 끝에 얻은 값진 승리였다.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대국은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올 것임을 잘 보여주었다. 바둑이 4000여년의 역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수(手)를 자랑하지만 알파고를 넘는 게 쉽지 않음을 잘 말해주었다. 알파고는 지난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 붙어 5전 모두 승리했었다.

이세돌-알파고 대결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거의 모두 바꿔놓을 것임을 암시한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 주식투자, 일기예보, 교통신호, 항공기운항, 은행업무, 음성인식, 홈오토메이션, 농업, 제조업, 로봇, 빅데이터, 교육 등 인공지능이 활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최근에는 무인자동차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 개인비서도 등장하게 된다.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 등 기계가 하기 때문에 없어지는 일자리도 많을 것이다. 전혀 다른 세상이 온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이 분야 기술은 구글, IBM, 페이스북 등 미국의 IT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2.6년, 실제는 4.6년 정도 차이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체적으로 일본에 비해 1.1년, 미국에 비해서는 2년이 뒤진다. 중국보다는 0.3년 앞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과감한 투자와 인력투입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의 격차 0.3년은 한 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인간성의 파괴나 비인간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윤택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다면 큰 문제다. 인간이 기계를 부리는 게 아니라 기계가 시키는 대로 인간이 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지구의 주인이 인간에서 인공지능을 입은 로봇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정부와 기업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시장분석기관 IDC는 내년 인공지능 시장규모를 1650억 달러로 봤다. 맥킨지는 2025년 시장규모가 최대 6조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거대 시장 선점을 위해 장단기 마스터플랜이 나오고 연구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의 역기능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술개발과 역기능 예방이 조화를 이뤄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더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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