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9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기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는 전격 인하였다.

기준금리는 2015년 6월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12개월 만에 또 내린 것이다. 이번 조치는 국내 경기 흐름이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데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경기가 꺾이는 기미를 보이자 흐름을 되돌려 놓을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시중에 돈을 풀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자는 의도도 물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에 비해 0.5%가 늘어났을 뿐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고통 받던 지난해 2분기의 0.4% 이후 최저다. 이 뿐이 아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7.1%가 줄었다.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도 고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런 상황에서 조선과 중공업 등 기간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대량실업과 이로 인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금리 인하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한은은 전날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실탄 마련 하루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이런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한 것으로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가계부채를 키우지는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 1분기 말을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모두 1223조7000여억 원이나 된다. 올 들어 3개월 사이에 20조6000여억 원이 증가했다. 천문학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가계부채는 양과 질이 모두 나빠졌다. 정부는 올 2월부터 은행권의 대출심사를 강화토록 했는데 이 영향으로 지난해 월 6조~7조원씩 늘어나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올 1~2월에는 2조원대로 줄었다. 하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가 4월에 5조2000억원, 5월에 6조7000억원이 늘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계부채의 증가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이이 중도금 집단대출 등을 통해 대출을 늘리려 애를 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융소비자는 대출 권유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결국 가계 부채가 늘어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는 가계 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둔화로 이어지고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된다.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의 영양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양제도 너무 많이 먹으면 효과는 줄어들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가 그 부작용이라고 보면 된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저소득층에게도 돌아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거나 돈 놀이를 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오히려 빚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 혹은 카드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큰 문제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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