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법안들을 쏟아냈다. 7일 기준 총 125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개원일 당일에 발의된 법안만 무려 52건에 달한다.

그러나 법안들 중 대부분은 19대 때 발의했던 법안을 재발의하는 등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재활용'이라는 꼼수는 계속되고 있었다.

법안들을 살펴보면 간단한 내용 추가, 명칭 변경 등에 불과해 법안발의의 적정성과는 별개로 입법실적 높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여당의 한 의원은 개원 첫날 3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는 모두 19대 때 발의됐던 내용들이었다. 야당 의원들도 19대에 발의된 법안을 재활용한 것은 마찬가지였고, 여야 막론하고 내용을 그대로 똑같이 발의한 법안들도 상당했다.

또한 사실상 같은 내용의 법안을 의원 여러명이 따로 발의하는 행태는 계속됐다. 예를 들어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박남춘·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30일과 7일 각각 대표 발의했는데,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할당률을 5%로 높이는 등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노웅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우 제안자 명단에 박주선 의원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은 8일 뒤 똑같은 내용으로 대표발의를 했다. 

과연 진심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법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같은 '법안 재활용' 문제는 비단 20대 국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한 19대 국회 때 또는 과거의 국회 때 발의했으나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된 '좋은' 법안이 재발의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고유의 '입법권'을 지닌 국회에서 매번 반복되는 '법안 재활용'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무자비한 '법안 재활용'으로 인해 민생 관련 법안 등 우선 처리돼야할 법안들의 입법지연을 가져올 수 있어 의원들의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이번 국회는 변해야 한다'고 외치는 20대 국회에는 법안 발의시 조금 더 면밀히 분석해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담아내는 '진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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