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환경성 질환자가 5600명을 넘었다는 심각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런 조사는 유엔 환경의 날(5일)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취합한 것이다. 환경성 질환은 환경문제로 생긴 병으로 일반적으로 '공해병'이라고 불린다. 환경성 질환은 원인 규명도 어렵고 보상은 더 어려운 게 특징이다.

2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연구실에 따르면 국내 환경성 질환자는 모두 5631명으로 집계됐다. 석면 피해자가 2012명(35.7%)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1848명(32.8%), 시멘트공장 인근 피해 1763명(31.3%), 연탄공장 인근 피해 8명(0.1%) 등이다.

이들 단체가 지난 2013년 6월 집계한 환경성 질환자는 2526명이었는데 3년이 지난 올해는 3105명이 늘었다. 다만 이들 가운데 사망자가 몇 명인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센터는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266명을 포함 1300여명이 환경성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들 피해자들은 석면폐·악성중피종, 폐암 등을 앓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으로 고통 받고, 시멘트공장 및 연탄공장 인근 피해자들은 진폐증과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성 질환의 피해자가 가장 많은 석면은 도처에 널려 있다. 농촌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 건물의 천정, 보온재 등에서 많이 나오고 건물을 철거할 때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석면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농촌과 공장의 슬레이트가 석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가습기 살균제는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돼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몇 년에 걸쳐 266명이 사망했는데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고 요즘 들어 회사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날마다 사용하는 가습기 살균제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도 미온적이었고, 기업들은 책임을 부인해 왔다.

시멘트공장이나 연탄공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도 대단하다. 돌가루나 연탄 가루는 아무리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바람에 날리게 마련이고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주민들이 폐암 등의 발병을 들어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커진다.

이번 환경성 질환자 통계는 시민단체가 내놓은 것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없는 상태다. 몇 명이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고, 몇 명이 사망했는지 정확한 통계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예방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보상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환경성 질환자의 실태를 우선 파악하고, 이들이 가해자로부터 보상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처럼 기업들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먼저 보상을 하고, 해당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며 앞으로도 환경성 질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특히 정부가 전수조사를 한다면 시민단체가 발표한 것보다 환경성 질환자는 대폭 늘어날 게 분명하다. 지금은 슬레이트지붕, 가습기 살균제, 시멘트공장, 연탄공장이 환경성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요인이지만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또 다는 환경성 질환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환경성 질환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환경성 질환을 일으킨 자에게는 징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이 무거워야 제품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약한 피해자가 거대한 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가 보상을 규정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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