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날마다 한반도, 특히 수도권을 뒤덮는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정부 내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경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환경부와 물가부담을 걱정하는 기획재정부, 서민 자영업자를 생각하는 산자부 등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다. 미세 먼지 대책이 나오기 힘든 이유다.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26일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26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71㎥/㎍ 이었다. 종로와 광진구는 ㎥당 100㎍을 넘었다. 이 정도면 터널 속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수준이다. 26일은 특히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하루가 멀게 계속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25일 열기로 돼 있었으나 부처 간 의견이 너무 달라 회의 자체를 연기하고 말았다. 부처 간 어느 정도 합의점이 있어야 회의에서 의견을 조정할 텐데 의견 차이가 커 회의가 열리지도 못했다는 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는 휘발유의 83% 수준인 경우 가격을 올려서 디젤 차량의 수요 자체를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후 디젤차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물가 부담 때문에 난색을 표했다. 산업부도 디젤차 운전자의 반발, 화물차와 자영업자의 부담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은 진원지를 알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먼지는 중국 등에서 유입된 게 50%다. 대기 중 자연적으로 생긴 게 33%. 경유차와 발전소가 13%, 도로나 공사장 등이 7%다. 도로, 경유차, 건설기계, 선박, 소각, 숯불구이, 발전소, 냉난방, 사업장 등이 모두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미세먼지는 너무 광범위하게 발생돼 특정 분야를 손본다고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구조다. 다만 노후 경유 차량과 발전소는 미세먼지를 직접 발생시켜 심각성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경유 차량을 줄이거나 경유 사용을 억제하면 공기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우 가격을 올리거나 경유 차량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는 것은 종합대책이 아닌 단편 대책에 불과하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경유 차량을 아예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경우 가격만 올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가 강력한 미세먼지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해당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한다면 자동차 업체는 회사의 운명을 걸고 저공해차량 개발에 나설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원천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세먼지 대책을 아무리 논의해도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론 보도는 경유 차량이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다루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게 미세먼지의 원인이다. 휘발유 차량이 달려도 도로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집에서 먹는 달걀후라이, 고등어구이, 식당의 숯불구이, 삼겹살 구이 등에서도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미세먼지 줄이는 문제를 사회운동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경우 차량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부처 간에 합의점을 우선 도출해내야 한다. 정부 안에서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는 미세먼지 대책은 그저 걱정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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