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라 공무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이 직무와 관련해 받을 수 있는 접대의 한도가 3만원으로 정해졌다,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다.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언론인과 교수의 강사료는 시간당 100만원으로 묶였다. 장관의 강연료는 시간당 50만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오는 6월 22일까지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9월 28일부터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인데 벌써부터 이러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농어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시행을 해보고 문제점이 나타나면 개선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부정부패는 막아야 하지만 실물경제가 걱정된다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은 대략 240만명 정도다. 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및 산하단체, 공기업은 물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공립 사립 교육기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모든 언론사가 대상이다. 배우자도 적용 대상이다. 금품을 준 사람도 처벌을 받는다.

시행령은 두 가지 논쟁이 일고 있다. 첫째는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다 포함시켰는데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원래 취지는 공직자가 대상이었는데 심지어 기자 몇 명의 인터넷 언론은 물론 작은 유치원까지 다 포함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목적이 부정부패 방지에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게 옳다.

다음은 선물 상한을 5만원으로 했는데 농어민과 백화점 등이 반발하고 있다. 한우세트나 굴비세트는 보통 20만~30만원을 넘는데 타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백화점의 경우도 5만원에 맞출 상품이 없다는 논리다. 선물의 상한선을 높여야 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논리는 그러나 선물의 가격을 현재처럼 수 십 만원으로 하기 때문에 생긴다. 지금까지 고가의 선물을 했다면 앞으로는 5만원 짜리 선물을 하면 된다. 이 기회에 선물 거품을 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백화점과 달리 대형 마트는 5만원 미만의 선물이 많아 오히려 김영란법을 반기는 표정이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 졌으면 선물 가격도 여기에 맞추는 게 순리다. 식사 비용을 낮추고, 선물비용도 낮추면 아무 문제가 없다. 30만원 하는 한우세트를 5만원 짜리로 소형 포장을 하면 선물을 주기도 부담이 덜할 텐데 이런 점을 잊고 백화점의 매출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선물 5만원 상한선에 불만을 나타내기보다 남보다 앞서 소형 선물세트를 개발하는 게 앞서가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발 빠르게 일본으로 달려가 작은 선물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유통업계가 법을 따라가야지 법이 유통업계 때문에 뒤로 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김영란법 시행령은 공직자나 교사들에게 줄 선물의 상한선을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선물이 아닐 경우 얼마든지 수 십 만원하는 한우세트와 굴비세트를 구입하면 된다. 기업인이 기업인에게 준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사람이 훨씬 많은데 이들에게는 얼마든지 비싼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사회에 단단하게 얽힌 접대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무슨 일이나 민원이 있으면 의례히 접대를 하고, 접대를 받는 일부터 없애야 한다. 또 선물도 비싼 걸로 할 필요는 없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부담되지 않게 마음을 담으면 된다. 정치권은 딴소리 하지 말고 이런 정신을 구현하는 김영란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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