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청문회를 개최하고 부족할 경우 국정조사까지 검토키로 했다는 보도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어 검찰 수사 후에 이런 절차를 밟겠다는 것인데 정부 여당이 먼저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가습기 피해자와 아픔을 같이 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원인 규명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새누리당은 8일 국회에서 윤성규 환경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어 이런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환노위 여당측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청문회를 검찰 수사 이후로 잡은 것은 국회 차원의 조사보다 검찰 수사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 결과에도 재발 방지책이나 원인 분석의 필요성이 있다면 청문회를 우선적으로 하고, 그래도 의혹이 해소가 안 된다면 국정조사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습기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부 여당이 사태 수습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분명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솔직히 초기에 정부 여당이나 야당 등이 가습기 사망에 관심을 더 가졌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은 가습기 특별법까지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늦게라도 한 목소리로 원인 규명을 들고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 여당은 문제가 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살균제 말고도 국내에 유통 중인 살생물제(Biocide)에 대한 전수조사를 내년 말까지 실시하기로 했는데 길게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당장 전수조사에 착수해서 문제가 있는 제품은 생산과 판매를 중단시키고 제품을 수거하는 게 마땅하다. 전수 조사를 하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살생물제가 많을 텐데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살생물제는 원치 않는 생물체를 제거하기 위한 제조물을 말한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파동은 서울대 수의대 조 모 교수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번졌다. 조 교수는 옥시의 부탁으로 옥시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 교수의 변호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수는 보고서를 사실대로 만들었는데 옥시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유서까지 남겼다는 말을 했다. 유사의 내용이 뭔지 알 수 없지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검찰은 조 교수 뿐 아니라 조 교수의 변호사가 이름을 거명한 김앤장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수사를 해야 한다. 조 교수 또는 조 교수팀의 연구원과 김앤장 담당자를 불러 대질신문을 해서라도 의혹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김앤장도 혹시 문제는 없는지 조 교수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오해와 의혹을 벗을 수 있다. 가습기 사망은 관련된 사람들이 많아 수사가 쉽지는 않겠지만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옥시 측의 책임 회피, 조 교수의 왜곡된 보고서, 정부의 소극적 태도, 정치권의 무관심이 겹쳐 이 지경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문제해결에 적극 나섰다면 많은 영아와 임신부들이 죽고, 그 가족이 통곡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 년씩 시간을 끌고, 당국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은 게 피해자들에게는 한이 될 것이다.

우리가 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사망사고를 내거나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나 검찰의 수사와 별도로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큰 문제를 일으키면 보상도 보상이지만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소비자 무서운 줄을 알게 된다. 검찰조사,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한다면 옥시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정직한 기업, 소비자를 위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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