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가 파죽지세로 질주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인 'America First'를 외치자 세계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군 주둔지역은 물론 국경을 맞댄 멕시코 등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비해 경제 보복의 타킷으로 지명된 중국은 트럼프의 고립주의를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는 보도다. 각국이 득실계산에 정신없는 모습이다.

미국은 물론 각국 언론이 '재앙'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려라기보다는 트럼프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조가 많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개인만의 모습을 본 것일 뿐 미국을 본 것이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온 트럼프가 뜨는 것은 트럼프 혼자 뜬 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트럼프를 걱정하기에 앞서 미국인들의 민심을 읽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을 곳은 아마도 한국이다. 그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한국이 100%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최근 한국은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한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 "(한국이) 100% 부담하면 왜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주둔 비용을 모두 대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8억800만달러 (한화 9158억원)를 부담했다. 이 비용은 물가상승을 고려 매년 오른다. 한국은 또 용산 미8군의 평택 이전에 드는 비용이 모두 108억 달러인데 이중 92%를 부담한다. 이 정도면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주한 미군 규모의 부대를 미국에 배치 운용하며 유사시 한국에 전력을 투입할 경우 미국은 현재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안보 공백이다. 북한이 노리고 있는 게 바로 미군철수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은 남침의 기회를 노릴 게 분명하다. 어느 순간에 남북 간에 전쟁이 벌어질 우려도 크다. 월남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 1년 만에 월맹이 침범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미군철수를 무기로 한국이 비용을 더 내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가 대통령이 돼도 미군을 함부로 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은 트럼프 발언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내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만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실제로 적용되면 동북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동북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군사적 역할을 키우고 싶어하는 데 마침 잘 됐다는 표정이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혼신의 힘을 다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트럼프가 반대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고민이 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고,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을 성폭행하지 못하겠다는 거친 말까지 했다.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열받을 일이지만 오히려 트럼프를 환영하는 눈치다. 환구시보 여론조사에서 54%가 트럼프에 호의적이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확률은 83%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불간섭주의 외교정책이 시진핑 주석의 서로 간섭하지 않는 신형대국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중국이 아주 부담스러워하는 인권에 관한 간섭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실제로 공약을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은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튀는 공약, 관심 끄는 정책, 기존의 정책을 허물고 대립각을 세워야 표심을 자극하겠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어 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미국이 고립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미국 우선주의를 연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