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우리나라는 원래부터 자원이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정학적 위치만 보더라도 3면이 바다인 것만 빼고는 이렇다할만한 강점이 없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또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중간에 위치한 상황이다 보니 해양세력의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져 여러 국난을 경험해야 했으며, 더 많은 횟수로 대륙세력의 침략을 받아야만 했다. 지속적인 외침과 천연자원의 빈약함 등의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병적일 정도의 집착과 인적자원의 개발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물론 인적자원 이외에도 기술입국을 추구한 과거 정권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업들의 피나는 전투적 노력들이 지금의 경제대국을 이루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큰 문제들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경제균형에 나타나고 있어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중국의 기술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면서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기술을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중화학공업이나 조선, 전자 등의 산업분야는 추격당하기 1보 직전에 몰린 상태이다. 또한 일본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과 친기업 지원책으로 인해 일본경제가 다시 제 2의 도약기에 접어들면서 일종의 샌드위치에 낀 햄과 같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저력과 국가에 대한 일종의 충성심 그리고 항시 일을 하는 근면함을 통해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기반이자 뿌리가 되는 공공기관이나 공공조직과 공무원들의 일탈과 비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공무원들이 묵묵하게 박봉을 이겨내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고위층 공무원이나 노른자위로 불리는 부서의 공무원들이 저지르는 비행과 부정, 부패의 양상은 다른 성실한 공무원들의 어깨를 움츠려들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대공무원 신뢰수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차원의 공무원범죄 및 부패에 대한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에 대테러입법과 노동개혁관련 입법 그리고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위한 입법에 대해서 매일 같이 위기론을 제기하면서 국회에 입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분명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다름 아닌 이러한 개혁을 요구하는 공공부문은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성남시의 여러 공무원들이 수년간에 걸친 골프접대와 금품수수, 향응제공 등의 문제가 불거져 형사처벌과 함께 중징계를 당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서 나왔다. 시설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들이 해외 골프여행 접대를 받았음은 물론 직접적인 금품수수를 한 비위사실이 국무총리실에 적발되었으며, 이를 통보받는 성남시청 측은 해임과 파면 등의 초강경 징계를 내렸다. 성남시의 파면과 해임 등의 중징계는 사실 이례적인 사안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러한 상황이면 정직이나 강등 등의 징계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남시 측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바로 일종의 공직상 즉결처형을 단행하였다고 판단된다.

경제발전의 근간이 되는 국민의 근면성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청렴성이라는 점은 과거 홍콩의 반부패 척결과정만 보더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로 불리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전담 반부패 수사기구를 수립하여 홍콩총독만이 이들을 지휘감독 하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으며, 실제로 홍콩에 만연하였던 공무원 및 공공조직의 비리를 척결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염정공서에는 현재도 약 1,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공무원 및 공조직의 부패혐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여 48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는 강력한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러한 염정공서와 같은 기구를 만들자고 누군가가 제안을 한다면 아마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인권탄압이나 야당탄압,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반대논리에 의해 거의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나 논리적 근거도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어떠한 곳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하에서 인권이나 야당 탄압의 도구라는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와 장래를 제대로 보지 않는 실수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가장 청렴해야 할 입법기관의 국회의원이 수억 원의 뇌물을 수뢰하여 법원으로부터 장기형을 선고받는 일이 일어나고, 청와대의 행정관이 부적절한 접대를 받아 순식간에 파면되는 일이 발생하며, 수사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대상자로부터 돈을 받는 경찰관이 존재하며, 군청 돈으로 개인의 사유지에 배를 댈 수 있는 접안 시설을 해주고 그 대가로 개발된 땅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는 지방공무원이 존재하는 나라라면 우리의 발전에 대한 미래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많은 공무원들이 묵묵히 일을 한다 하더라도 부패사건이나 공무원범죄사건이 계속 발생한다면 당연히 일반 국민들의 생활수준 개선이나 건전한 자유경쟁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혁신적인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공무원의 부패와 범죄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나 내용 면에서 나아졌다고 보는 것에는 큰 무리가 있다. 대포통장을 사용하여 돈을 받는 공무원이 많이 적발되고 있고, 법인 부가세 환급금을 백억 원 대로 횡령하여 외제차를 4대나 몰고 다니는 7급 세무공무원의 부정사례가 최근에 발생한 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무원범죄와 부정은 보다 더 지능적이고 파격적이며 거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기관차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마구잡이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공무원범죄를 담당하는 경찰과 검찰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면을 보이고 있고, 검찰이 주로 전담하는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인 관련 부정사건의 경우에는 처벌수준이 고액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변호로 인해 크게 낮아지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이러한 상황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단호하게 내놓아야 하며 국회 역시도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동참하는 특단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먼저 정부는 반부패 수사를 검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의 FBI나 중국의 국가부패예방국과 같은 기존의 수사기관이 아닌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들어 일선 수사관이나 검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대해서 과단성이 있는 처벌 및 잘못에 대한 응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나 감사원과 같은 반부패기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홍콩의 염정공서나 중국의 국가부패예방국, 미국의 FBI와 같은 강력한 권한은 없는 실정이다. 한시적 기구라 하더라도 공무원 및 공조직의 범죄를 일시적이나마 강력하게 응징함으로써 부패와 범죄를 저지르거나 또는 저지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공무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다음으로 부패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임이 아닌 무조건적인 파면을 통해서 연금수령이나 기타 퇴직금 등의 수령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공무원 자체가 청렴에 대한 선언을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공직기간 중에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다면 소속된 기관과의 약속위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형사처벌 이외에도 강력한 징계와 경제적 불이익의 부여를 통해서 근본적으로 부정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강력한 정신무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홍콩의 반부패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홍콩의 염정공서는 올해 10월에 홍콩의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도널드 창 전 행정장관을 기소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창 장관이 재임기간 중에 잘 알고 지내던 사업가의 항공기와 요트를 사적으로 이용하였으며 본인이 간 중국 본토여행에서 거의 염가에 가까운 할인혜택을 호텔투숙과정에서 받은 부분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도 염정공서에서는 죄로 보았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내용은 재임기간인 5년 동안 55회의 해외출장을 하면서 그 가운데 41회를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을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기소요지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이러한 수사내용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혹하기 보다는 정확한 법적인 처벌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공무원으로서 적절한 처신을 하지 않는 것까지도 법의 잣대를 들어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경제의 중심이자 허브가 되는 과정에서 공공부분의 청렴성과 투명성이 제일 중요한 영향요인이었다는 점을 모두가 명심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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