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9시30분 별세했다. <사진제공=성공회대학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널리 알려진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9시30분 별세했다.

고인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20일 만인 1988년 8월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신 교수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추모 글을 통해 그를 애도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옥중 생활, 서도에 시간 쏟아

故 신영복 교수의 저서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표지.

신 교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고인이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후 특별가석방되기까지의 시간을 편지와 글로 써 내려간 책이다.

신 교수는 20여년의 옥중 생활에서 서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는 '서예와 나'라는 글을 통해 "4·19혁명 직후 대학을 중심으로 우리 것에 대한 자각이 싹텄던 시절이 있었다"며 "나의 가까운 친구들 중에는 국악, 탈춤, 굿 등을 배우기 시작해 그쪽으로 심취해간 이들이 상당수 있다. 당시 대학 2학년이던 나는 그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붓글씨를 상기하고 붓과 벼루를 다시 꺼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서도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게 되는 것은 역시 20여 년의 옥중생활에서"라며 "재소자 준수사항, 동상 예방수칙 등의 공장 부착물들을 붓글씨로 써 붙이는 일이 계기가 돼 교도소 내에 불교방·기독교방·카톨릭방 등에 추가하여 동양화방·서도방이 신설되면서 상당한 시간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온종일 글씨를 썼던 기간도 7,8년은 되었다"고 전했다.

이 글에서 신 교수는 "나는 한문을 쓰면서도 한편으로 혼자서 한글을 썼다"며 "한글은 물론 궁체와 고체를 썼다. 쓰기는 민중시를 쓰고 싶고 글씨는 궁체라는 모순 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고민하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내용의 절절함이 아닌 그것의 형식, 즉 글씨의 모양에서 매우 중요한 느낌을 받게 된다"며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소박하고 어수룩한 글씨체에 주목하게 되고 그런 형식을 지향하게 된다"고 했다.

이러한 신 교수의 서체는 우리 삶에 꽤 가까이 닿아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글씨 '서울', 준엄하고 유려

故 신영복 교수가 쓴 '서울'. <사진출처=박원순 트위터>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오전 본인의 트위터에 신 교수를 추모하는 글을 게시했다.

박 서울시장은 "우리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며 "참 슬프다. 영면하소서"라고 적었다. 글과 함께 신 교수와 함께 찍힌 사진을 올렸다.

사진과 관련해 그는 "써 주신 '서울'이라는 글씨가 마치 북한산과 한강같이 준엄하고 유려하다"고 말했다.

◆ 처음처럼…사례비, 대학 장학금 기부로 대체

故 신영복 교수와 관련한 모임인 더불어숲에서 공개한 신 교수의 '처음처럼' <사진출처=더불어숲>

신 교수는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체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롯데주류는 신 교수에게 서체 사용을 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사례비를 제의했으나 신 교수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후학을 위해 사례비를 성공회대에 1억의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 사람이 먼저다…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슬로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 <사진출처=탁현민 트위터>

지난 2012년 대선 후보로 출마한 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였다.

2012년, 탁현민 공연기획자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로 정해졌다"며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라고 알렸다.

◆ '대통령기록관' 현판 교체 논란…신영복 서체라

故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로 쓰인 '대통령 기록관'과 현재 바뀐 대통력기록관 글씨체. <사진출처=대통령기록관>

그러나 '신영복 글씨'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관의 현판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15차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는 대통령기록관 현판 교체 방향에 대한 심의를 했다.

이에 앞서 한 보수단체는 통혁당 사건에 연루된 이가 작성한 현판 글씨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민원을 냈다.

위원회는 당시 회의에서 "신영복 교수가 써 준 글씨로 공공기관의 상징적인 현판을 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종시 이전 시점에 현판을 교체하고 현재 현판은 기록으로 남겨 보존시켜야 한다"는 등을 논의하다가 의견을 유보했다.

그러나 2014년 12월 2일, 대통령기록관 현판은 '국가기록원 글자체'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은 "현판 교체는 부처 명칭의 변경(안전행정부→행정자치부)에 따른 것이며 민원 제기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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