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KT는 1000억원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공=KT>

이동통신사들이 수천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사에 지급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다.

대법원 3부는 KT가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라며 국세청의 전국 13개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경정청구란 법정 신고기한 내에 세금을 냈지만 부당하게 세금을 더 냈거나 잘못 냈으므로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앞서 KT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허용된 2006~2009년 사이 휴대전화를 직접 판매하는 대리점을 통해 일정 약정기준을 채운 고객에게 보조금을 뺀 가격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적용해왔다.

KT는 애초에 보조금을 과세표준에 포함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왔다. 이후 보조금은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된 금액은 '에누리'에 해당한다며 이미 냈던 세금에서 할인액을 적용한 만큼의 세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보조금을 에누리액으로 보느냐에 따라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KT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에누리로 볼 수 없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원심이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에누리액(할인)의 요건과 판단기준 및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했다고 판단, 일정 약정기준에 따라 단말기값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상 '에누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에누리는 '공급 당시 통상의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재판부는 "KT와 대리점 사이에 보조금만큼 할인 판매하는 조건으로 보조금 상당액을 감액해 결제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결국 보조금은 KT의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는 가액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보조금이 이동통신용역 공급거래에서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일정 기간 공급을 조건으로 직접 공제된 이상 단말기 공급과 관련된 에누리액"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KT가 이미 냈던 세금에서 할인액을 적용한 만큼의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KT는 2006∼2009년분 부가가치세 1144억원가량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SKT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KT가 이 돈을 모두 돌려받을지는 미지수다. 진행되는 '파기 환송심'에서 국세청은 환급액을 감액하기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KT의 단말기값 보조금은 에누리가 아니라 대리점의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판매장려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과세대상이다.

특히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앞으로 통신사 단말기 보조금의 세금문제에 대한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파기환송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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