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인(사회칼럼니스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최영인(사회칼럼니스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프랑스의 수도이자 유럽 문화의 중심인 파리에서 IS 추종세력에 의한 자살폭탄테러 및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가 테러문제에 대해서 예민한 상황이다.

이후로 벨기에가 일종의 유럽 테러리스트의 온실로 인식이 되면서 벨기에 정부도 극도로 긴장된 상황 속에서 피해국가인 프랑스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테러조직의 잔여세력을 소통하는데 온 국력을 다 기울이고 있으며, 미국과 세계 테러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이나 독일 등의 국가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게릴라식 테러행위를 막기 위해서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테러문제가 유럽과 미주를 넘어서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동에서 활동하는 중국인을 납치하여 처형하는 자료를 IS 측에서 배포하여 중국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일본은 벌써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군사대국을 꿈꾸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IS의 테러행위를 하나의 도화선으로 삼아 전투가능 병력을 해외로 파병하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중심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반정부 테러행위의 소탕을 위해 자국 내에서는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 중이다.

농담 식의 이야기이지만 이전에 9.11 테러를 자행했던 알 카에다(Al Queda) 조차도 IS를 보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극도의 잔혹성과 폭력성에 치를 떤다고 한다.

그만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에서도 이미 IS는 내놓은 자식에 해당하고 있다. IS의 지능성은 전방위적인 테러공격을 통해서 공포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점에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는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북미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테러위협을 가하고 있음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까지도 공격범위를 확대하는 양상을 보임으로써 자신들의 공격에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끼도록 하는 고도의 심리적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의 테러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미 IS에서는 지난 11월 26일에 공개한 홍보영상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서방진영 국가에 대해서 언제든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것과 유사한 테러를 감행할 것임을 피력하였으며, 이전의 IS가 진행한 일련의 테러와 공격행위를 기반으로 분석한다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의 CIA를 비롯하여 영국의 MI6, 러시아의 FSB와 같은 세계적 정보기관들이 다음 IS의 공격목표 국가가 어디가 될 것인지를 예상하기 위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정보공유와 반테러 공조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안보의 위협상황에 있어 주적개념의 북한만을 상정하여왔다. 물론 수백만의 동족이 전쟁을 통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발생하였고, 지금도 100만 명 이상의 정규군을 무장시켜 언제든지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대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세계화 추세에 맞춰서 북한 이외의 적대세력도 언제든지 우리나라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새로운 테러와 안보의 패러다임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고 판단된다.

물론 현실적인 테러의 위협은 북한이 맞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의 튼튼한 안보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쉽사리 IS와 같은 도발을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시아권에서 인구대비 기독교 신자가 가장 많고 추기경이 임명될 정도로 로마 가톨릭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IS나 보코하람 등의 여러 과격 무장테러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이에 대해 충분한 분석을 통해서 대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우리나라로 이주하였거나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권 출신자들이 유럽과 같이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할 수도 있겠으나 테러가 한번 발생하면 프랑스와 같은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방심은 금물이라고 여겨진다.

최근 국회에서는 가칭 ‘테러방지법’에 대한 입법과정의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여당 측에서는 국가정보원(NIS)을 중심으로 하여 국내 및 해외 우리나라 국민 및 시설, 파병군부대 등에 대한 테러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효과적으로 진압, 대응하기 위해서 조속하게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야당 측에서는 국가정보원이 그간 해온 일들이 정치공작이나 국내사찰에 치중되었으며 실제로 이러한 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은 상황 하에서 국가정보원에게 테러방지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반대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정부는 사안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로 테러방지법안이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가시적인 테러 위협이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인권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9.11 테러로 인해 큰 전쟁까지 치러야 했던 미국정부는 테러 및 국가안보관련 여러 법률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안보 및 테러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인권이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9.11 테러를 통해서 목숨을 잃거나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미국의 선례에 대해서 분명하게 직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테러의 안전지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 분명한 상황 하에서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지 않고 논쟁만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테러방지법안에 나와 있는 인권침해나 통신감청 등의 사생활 침해에 관한 부분을 명확하게 안보와 테러예방에만 국한한다는 점을 더 강조해야 함은 물론 이에 대한 위반 시 극단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수정하여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군사독재로 인해 큰 사회적 고통을 겪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사생활과 자유의 제약은 그냥 이유 없이 감내하기에는 큰 문제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하여 이와 관련한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야당 측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이 무조건적인 반대의 입장이나 트집 잡기식의 대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테러방지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물론이고 실제 정부의 장기집권이나 선거조작에 활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점은 분명한 논리적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일단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대테러 의지를 천명하는 상징적 행동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무턱대고 반대하는 일은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국가원수의 목숨보다도 소중하기에 테러행위 발생을 미연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한 국민 보호조치이다.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테러관련 법률의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현실과 상황에 적합한 법안을 만들어 시행하는데 여야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만 할 것이다.

어머니가 중학교를 다니는 딸의 안전을 위해서 휴대폰을 사주었으나, 곧 그 딸이 계속 휴대폰을 많이 사용함으로 인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타박하였다고 한다. 이에 딸은 어머니에게 그러면 애당초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는 이야기와 현재 테러법안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논쟁이 유사해 보이는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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