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정부와 여당은 지난 11월 16일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하였다. 지난 9월 15일 노사정이 어렵사리 성공한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대타협의 후속 조치이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법을 일괄 처리할 방침이라 밝혔다. 그러나 입법은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개혁을 ‘더 쉬운 해고’를 위한 것이라며 원천적으로 반대해 왔고, 입법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도 입법 내용 중 일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지난 11월 20일 ‘노동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9.15 노사정 대타협의 취지와 내용을 훼손하거나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포함된 기간제법 등 정부여당의 개악 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만약 정부·여당이 한국노총의 요구를 무시하고 독선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사정 대타협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고, 신의 없는 정권에 맞서 전조직직 역량을 모아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입법 추진에서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인 노동시장 개혁을 입법을 통해 실행해나가야 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나가는 선진 노사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측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입법 추진 중인 노동개혁 5법을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하고 급여수준을 인상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출퇴근 재해를 보상대상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고용보험법과 산재보험법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오랜 동안 논의를 해왔고 노사정 사이에 합의를 이루었다. 따라서 이들 법의 개정에는 걸림돌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통상임금 규정을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 합의체의 판결을 반영하여 명확히 하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관련 쟁점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지난 1년에 걸친 협의를 거쳐 노사정 사이에 매우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였다.

따라서 국회에서 노사정 합의 바탕으로 약간의 수정을 하여 법안을 통과시켜도 노동계가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관련이다.

정부와 여당은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의 기간 상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자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정규직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러한 법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간연장이 오히려 비정규직 수렁에 빠지게 하고 비정규 수를 늘릴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파견제와 관련해서 정부와 여당은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전문직의 경우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자 하고, 노동계는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기국회는 입법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입법을 통해 노동시장의 제도적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목적론적 시각에서 본다면 노동개혁 5법을 무리하게라도 이번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노총의 입장은 난감할 것이다. 앞으로 노총의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반대 때문에 당분간 노사정 대화에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고 사회적 대화는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경제사회의 중대한 과제를 풀어나가고자 한다면 입법 전략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노사정 사이에 큰 이견이 없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법을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노사정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을 더 검토하면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결국 선택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기왕에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진해왔고, 무엇보다 어렵게 대타협에 성공하였으니 그 정신을 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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