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물 파손 사건...“문화재 관리 부분 개선해 보존 잘됐으면”
74년만 청와대 개방에 “속이 시원...역사 공부 되는 것 같아”
개방 기간 6월 11일까지 연장...관람 신청자 231만2740명
“저러면 안 되는데...”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을 바라보던 한 중년 여성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온 57세 시민 김씨는 “전면 개방으로 정말 좋기는 하지만 사진 찍겠다고 잔디 같은 곳에 (시민들이) 막 들어가는 모습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 셋째 날을 맞은 12일. 영상 27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였지만 많은 시민이 청와대를 찾았다. 정문을 통과해 본관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시민들은 본관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기 위해 오르막길 옆 대정원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이로 인한 사고도 이미 발생했다. 지난 11일 한 시민이 청와대의 기물을 파손한 것. 청와대 관저 뒤편 ‘미남불’이라 불리는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앞에 높인 기물을 시민 A씨가 파손했다. A씨는 관광객들이 불상을 향해 합장하는 모습을 보며 불상 앞에 있던 불전함을 밀어 넘어뜨렸고 사기 그릇 1개를 훼손시켰다.
이날 미남불이 있는 장소에 가보니 불상 앞에 있던 기물들은 모두 치워져 있었다. 박정섭 문화재청 대변인은 굿모닝경제의 질의에 “앞에 있던 물품들이 원래 불상과 그렇게 연관 있던 물품이 아니다. 사기 그릇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가 이전에 가져다놨다고 들었다”며 “또 기물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앞에 있던 모든 물품을 치웠다”고 설명했다.
미남불 앞에 있던 31세 시민 박씨는 “여기 오는 시민들이 풀 한 포기도 안 다치게 하면 좋겠다”며 “(청와대 개방을) 운영하는 분들이 문화재 관리하는 부분을 좀 개선해서 청와대 보존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속이 시원하다”
청와대 경내를 관광하며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는 시민들은 “너무 좋다”, “예쁘다”를 연발하며 환호했다. 기존에 청와대 관람 시 볼 수 있던 본관, 영빈관, 녹지원을 비롯해 전면 개방으로 공개된 관저와 침류각, 상춘재, 춘추관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상춘재 앞에서 기자에게 사진을 요청하던 평택에서 온 70대 부부는 “74년 만에 청와대가 개방돼서 너무 속이 시원하다”며 “공기도 너무 좋고, 74년 전 우리나라 최고의 풍수지리 학자들이 청와대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동작구에서 온 22세 시민 이씨는 “청와대에 오기 전에는 신비로운 곳이라는 느낌이 컸다. 우리는 가지 못 하는 곳, 높은 분들만 가는 곳이라 생각했다”며 “이렇게 개방돼 막상 와보니까 ‘우리나라 행정이 이런 곳에서 이뤄졌구나’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청와대 개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대선 과정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를 입증하듯 청와대 개방 행사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이 찾았다.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TV에서만 보던 곳을 실제로 오게 돼서 신기하고 너무 좋다. 역사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청와대 관람 소감을 말했다.
영빈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호주에서 온 교환학생 D씨는 “너무 아름답고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이 지내던 곳에 오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에서 한 경험 중에 가장 인상 깊다”고 미소를 보였다.
“며칠 전에 떠나신 전 대통령의 온기를 받으러 왔다”
시민들이 가장 몰려있는 곳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거주하고 생활하던 관저였다.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 사랑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지만 지난 9일까지 머물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천안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온 43세 김씨는 “며칠 전에 떠나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온기를 받으러 왔다”며 “다만 새롭게 대통령 되신 분도 역사를 이어갔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 역사가 끊겨서 아쉽다”고 했다.
한편 오는 22일까지 예정됐던 청와대 개방 기간이 다음 달 11일까지 20일가량 연장됐다. 대통령실은 “청와대 개방을 향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고려해 관람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12일 0시 기준 청와대 관람 신청자는 231만2740명으로 집계됐다.
굿모닝경제 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