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배웠다. 입시를 위해 몇 년 동안 암기하듯 머릿속에 구겨 넣은 당시 역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다시 공부하게 만들었다. '올바른' 역사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교과서는 다시 국정교과서로 돌아간다. 4년 후인 2019년 나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될 학생들이 양산된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놓고 여야와 정부, 학계는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좌편향'된 현재 역사교과서를 한 데 모아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아직 집필되지 않은 국정교과서를 두고 '친일·독재미화'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은 '독립·민주화'를 강조해 집필한다면 국정교과서에 동의한다는 것인가. 그 정도의 논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국정교과서 논란의 '본질'을 봐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누가, 어떻게 집필할 것이냐가 아니다. 본질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내년 4월에 있을 제20대 총선을 겨냥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란은 검인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가 동시에 가는 방향 등 절충한 대안들이 충분히 있지만 이들은 외면하고 있다. 국정교과서가 더 크게 이슈화되고, 이념 대립이 격화될수록 거대 여야 정당은 총선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김무성 좋고 문재인 좋은 꼴이다.

국민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여야와 정부의 당파적 관점이 아니라 바뀔 국정교과서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설명을 하는 것이다. 논란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다시는 나처럼 '올바른' 역사를 알기 위해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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