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신뢰 줄 수 있는 행동 보여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선거구수를 획정해야 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정기한인 13일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여의도 입김'에 휘둘려 법정시한을 밥 먹듯이 어겨왔던 국회가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를 벗어나 독립기구로 꾸려진 만큼 국민들은 이번만큼은 기대했다.

그러나 그 취지가 무색하게 획정위는 13일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국민들은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사실 애당초 획정위가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은 무리였다. 당초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에도 국회는 선거사상 처음으로 획정위를 국회 밖 독립기구로 설치했다.

그러나 획정위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 위원이 여야가 각각 추천한 4대4로 나뉘어져 있어 사실상 '여야 대리전'을 치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거법에 따라 획정안 의결은 위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하다. 위원장을 포함한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획정안이 통과된다는 점에서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가 의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2일 회의에서 지역구 의원수를 246석으로 가닥을 잡고도 지역 배분에 등을 놓고 사실상 '여야 대리인'을 자처하며 서로의 주장만을 반복했다.

획정위가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획정위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기 전 국회는 먼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전해 획정위에 넘겨줘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만 현행대로 300석을 유지하기로 잠정 합의하고는 정작 중요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구획정위에 '공'을 넘겨버렸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지 못한 결과로 '직무유기'라는 질타를 피할 수 없다.

획정위가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1992년 총선부터 2013년 총선까지 법정기한 내에 선거구 획정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두 번, 한 달 앞두고 가까스로 선거구 획정이 된 것만 세 번이다.

이제 선거법상 국회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는 마지막 법정시한(11월 13일)을 남겨두고 있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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