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1. 사용후핵연료 무엇이 문제인가?
2.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3. 사용후핵연료공론화에서 드러난 우리사회 갈등구조
4. 사용후핵연료, 자원인가? 폐기물인가?
5. 사용후핵연료관리를 위한 법제정이 시급하다.

지난 7월2일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창설 57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승격시켰다. 폐허의 땅에서 기적을 부르는 후진국들의 롤 모델이 된 것이다. 

조성돈 前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영관리본부장
조성돈 前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영관리본부장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까지 오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단언컨대 원자력이라는 값싼 에너지 때문이다.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4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다. 

석유를 포함한 부존 에너지원이 거의 매장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큰 타이틀을 얻게 해준 원자력 산업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산업의 동맥으로서 크나큰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 사용후핵연료라는 고민거리도 있다. 

원자력발전의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사용후핵연료의 고준위방사능이 자연 상태 수준으로 낮아지기 위해서는 수십만 년 이상 인간계와 격리시켜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미간의 재처리문제를 진행하고 있으나 지금까진 핵폐기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사용후핵연료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점이다. 원전 이용률에 따라 달라지지만 원자력발전을 지속하는 한 매년 약 600여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발생된다. 현재 약 1만7000여 톤이 원전부지 내에 보관되어 있지만 원전을 운영하면 보관해야 하는 양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셋째, 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으나 월성은 2022년, 한빛은 2029년, 고리는 2031년, 한울은 2030년을 기점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대책이 없다면 발전소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월성원전의 경우 2022년 초까지 부지 내 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저장시설의 포화로 인해 월성 2, 3, 4호기까지 중단 예정이었으나 공론화를 통한 맥스터(저장시설) 증설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 바 있다. 

넷째, 최종 처분장을 만들기까지는 장기간의 시일이 소요된다. 최소 수십만 년 이상 인간계와 격리시킬 수 있는 부지를 선정해야 하고 까다로운 시공과 인허가 기준을 맞춰야 한다. 특히 부지선정은 지역주민의 동의하에 추진되어야 하는 사업으로 과거 국내에서 추진된 부지선정 사례를 감안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다섯째, ‘사용후핵연료 관리법’의 부재도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우여곡절 끝에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법제화했으나 최종 입법단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못하였다는 이유였다. 5년 전의 이야기다. 이 시급한 현안을 두고 5년을 허비한 셈이다. 

여섯째, 지금까지 지적한 여러 문제점들을 협의할 주도기관(기구)이 없다. 법적인 관리주체로 산업부가 있으나 탈핵단체에서 도무지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다룰 전담기구의 구성이 시급한 이유다. 

일곱째로 탈핵단체들의 책임의식 결여다.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의 대책수립을 위해 그것도 탈핵단체의 요구로 2013년과 2019년 2차례의 범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탈핵단체는 두 번 다 공론화 중도 탈퇴와 참여를 거부했고 그 책임을 정부로 돌리고 있다. 

2013년 1기 공론화 때는 탈핵단체가 보수정권과 대립구도에 있었으니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2019년 2기 공론화 때는 사정이 다르다. 탈핵단체들이 현 정권의 주류가 되어 탈원전 정책이 수립·집행되고 많은 탈핵인사들이 현 정부의 원전정책을 다루는 유관기관에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탈핵단체와 탈핵인사들이 사용후핵연료 대책수립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남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이제라도 탈핵단체 인사들은 사회적 지위와 위상에 맞는 책임감과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용후핵연료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는 미래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그야말로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므로 진영이나 정치논리가 아닌 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대화와 양보, 타협의 자세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 조성돈 칼럼니스트는 중·저준위 원전폐기물을 관리, 처분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서 대외협력팀장과 전략기획실장으로 업무를 담당하고 경영관리본부장을 역임하였다. 재직시절 경주방폐장준공식 TF 단장으로 방폐장준공과 고준위공론화준비지원단장으로 고준위폐기물의 처분을 위한 공론화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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