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중심 사업 확장 추세
학계 "화재 위험 제거 기술 필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삼성SDI ESS 시설. [사진=삼성SDI]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삼성SDI ESS 시설. [사진=삼성SDI]

[굿모닝경제=이세영 기자]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를 비롯해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한화큐셀 등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 후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큰 분야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2030년 243억달러(약 28조원)로 연평균 30.3%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ESS 시장인 북미에서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ESS를 설치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세액공제(ITC)’를 기존 20%에서 26%로 확대했다.

당초 미국의 ESS ITC는 지난해 26%에서 올해 20%, 내년엔 10%로 축소될 예정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ITC 규모(26%)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글로벌 ESS 시장 1위는 삼성SDI다. 지난해 삼성SDI의 ESS 사용량은 6.2GWh(점유율 31%)로 LG에너지솔루션(4.8GWh), CATL(2.8GWh), 파나소닉(2.1GWh)에 크게 앞섰다.

삼성SDI는 2분기 ESS 사업이 포함된 에너지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41.2% 증가한 2조71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SS는 미주 전력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테슬라에 ESS 배터리 공급을 재개한 것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ESS 설치량은 445MWh로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했다.

삼성SDI는 제품 안정성을 강화 및 포트폴리오 확대로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손미카엘 전략마케팅 전무는 “2019년 말부터 ESS 배터리에 단열 소재를 적용해 제품 안전성을 크게 개선했다”며 “올해 2분기에는 원가경쟁력을 강화한 신제품을 출시했고, 향후에도 소재 및 공법 개선으로 각 세그먼트별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을 중심으로 2030년 글로벌 점유율 3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ESS 발전소에 1.2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을 완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따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실적은 ESS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에 ESS용 배터리 리콜 비용 4000억원이 발생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중국 ESS 전용 라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교체하기로 했다고 지난 5월 밝힌 바 있다.

2019년 ESS 사업부를 신설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일 미국 기업 IHI테라선솔루션과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 협력을 약속하며 글로벌 진출에 첫 발을 뗐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이후부터 IHI테라선솔루션의 ESS 프로젝트 배터리 납품 업체 목록에 포함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계기로 미국 내 입지를 키울 심산이다.

LS일렉트릭의 북미 고객 맞춤형 ESS 솔루션 'LS Modular Scalable String Platform'. [사진=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의 북미 고객 맞춤형 ESS 솔루션 'LS Modular Scalable String Platform'. [사진=LS일렉트릭]

LS그룹의 전력 부문 주력 계열사인 LS일렉트릭은 전력변환장치(PCS) 기술로 북미 ESS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14일 북미 고객 맞춤형 ESS 솔루션 ‘LS Modular Scalable String Platform’을 현지에서 공개했다. 신제품은 중·대용량을 선호하는 북미 고객의 특성을 반영해 180kVA, 600Vac급으로 개발됐다.

특히 LS일렉트릭은 북미 전력계통 사업 진출에 필수 규격인 ‘UL-1741-SA17’과 ‘California Rule21’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획득하며 미국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회사는 미국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3월 유럽에서 대용량 ESS 첫 수주에 성공했다.

영국 최대 전력투자개발사인 다우닝과 영국 사우샘프턴 지역에 50MW급 규모의 대용량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

효성중공업이 공급한 ESS는 영국 전력 공기업인 내셔널 그리드사 송전망에 연결된다. 효성중공업은 PCS, 배터리,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ESS 시스템 전체에 대한 설계·공급부터 설치 후 10년 간 유지·보수·관리에 이르는 ESS 시스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효성중공업은 미국·유럽 등 기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면서 호주·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유럽으로의 공급을 발판 삼아 전 세계 ESS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 부문 한화큐셀은 이달 초 삼성전자와 손잡고 가정용 에너지 솔루션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가정에서 직접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 에너지 홈’ 구현을 위해 플랫폼을 연동, 기술·인력 지원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한다.

한화큐셀이 일반 가정용 태양광 모듈과 ESS를 통해 전력을 생산·확보하면, 삼성전자가 다양한 스마트 가전제품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향후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해외를 중심으로 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학계에선 기술력 향상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ESS가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ESS 사업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확대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그나마 보완해주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2년 전 ESS 폭발 사고 이후 정부의 규제가 심해졌기 때문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다만 화재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대대적인 투자와 기업들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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