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제=이상배 외교/안보 정책연구위원]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행태를 보자면 몇 해 전 독일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 시 한 언론과 인터뷰 한 내용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상배 외교/안보 정책연구위원
이상배 외교/안보 정책연구위원

당시 메르켈 총리는 ‘일본이 역사문제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일본도 침략전쟁을 벌인 과거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양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역시 “과거의 정리가 화해의 전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독일과 일본은 똑같은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지만 패전 76주년이 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 지도자들은 역사인식에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양국의 전후 반성 태도를 보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먼저 독일의 경우 전후 피해국들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90조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불했다. 초대 아데나워 수상은 프랑스에게 알자스로렌 지방을, 폴란드에게는 구 프로이센 지역을 양보하며 영토 갈등을 해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63년 프랑스 드골 대통령과 아데나워 수상은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독·불 우호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역사의 동반자로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됐다. 

1970년 12월에는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함으로써 독일 지도자들이 침략의 역사에 대해 진정으로 참회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1985년 5월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서독의회에서 “나치 독일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책임져야 한다”고 연설했고, 1987년 1월 헬무트 콜 총리는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잊거나 숨기거나 경시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르켈 역시 2013년 다하우 나치수용소를 찾은 것을 필두로 여러차례 독일이 과거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음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독일은 일본과 달리 부끄러운 과거사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사과와 보상을 지속하면서 유럽의 가장 신뢰받는 국가가 된 것이다.

반면 일본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기들이 저지른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2차대전 A급 전범들이 묻혀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여야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에는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 찬양 등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들과 공조보다는 제국주의적 망상에 빠져 영토 침탈의지 강화 등 자국의 국익추구에 대한 최우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도쿄 올림픽개최와 더불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비롯해 과거사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가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어 심히 우려가 된다.  

뿐만 아니라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일본 지도자들의 행보에서 독일과 일본 양국의 역사인식과 양심의 차이가 어쩜 이렇게 극명한 대조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이해 할 수 없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면이 지속 될 경우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비판만 자초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밝힌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일본의 후진성을 인정해야 한다, 군위안부 문제는 천황제까지 그 뿌리가 이어진 일본 사회의 남성 중심주의가 부른 여성 차별의 결과”라는 쓴소리를 다시금 새겨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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