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일정이 여야 합의로 추석 전후로 나누어 실시하기로 확정된 가운데 기업인 증인 채택을 놓고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분명 기업인에 대한 국정감사 출석요구는 경영진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 차원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기업 대표들이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대응하느라 경영에 전력을 쏟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도 대응 TF팀이 꾸려지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기업 대표가 국감 출석 때문에 하루를 소비해야 하는 현행 국감제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업 경영상 고도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즉시 대처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1년 정무위 국정감사 당시 모 은행의 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답변을 위해 23시까지 대기했으나 총 답변은 10여분에 불과했다.
또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국회에 소환돼 일방적인 몰아세우기식 질의를 받는 형태의 감사가 진행될 경우 기업가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해당기업에 대한 반(反)기업정서 확산과 대외신인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정감사 진행도 손볼 곳이 많다. 최근 국정감사를 보더라도 막상 증인이 출석하면 의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해 기업인을 추궁하거나 호통 치는 식으로 질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입장을 듣거나 정책방향을 점검하는 증인 신청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대개 국정감사는 국가기관에 대한 질의와 일반증인에 대한 질의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인 증인이 답변하는 시간은 대개 30분 미만, 짧게는 2~3분 정도에 지나지 않아 해당 사안에 대한 충분한 입장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답변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기업인 입장 청취보다는 ‘예/아니요’의 단답형 질문을 요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인에 대한 호통과 추궁, 때로는 인격모독적인 발언도 나온다.
이러니 정부 정책에 대한 올바른 견제와 통제라는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를 이루기 위해 국감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 중요하다.
특히 국정감사 본연의 목적과 무관하게 어느 일방의 주장을 종용하거나 개별 기업의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국정감사에 소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이번 국감을 계기로 불식시키길 바란다.
또 정부의 판단이나 사법기관의 판결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종결한 사안에 대해 한 쪽 당사자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쪽 당사자를 출석하도록 하는 것은 권력분립 차원에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수한 말싸움과 결과물이 없는 운영으로 ‘맹탕’ 국회로 불리는 19대 국회, 제발 국민을 ‘호갱님’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