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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중시한 朴대통령, ‘간곡한 호소’를 이전에 했다면…
  • 한국정책신문
  • 승인 2015.08.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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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한다. 그의 정치 역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쉽게 풀 수 없는 수많은 장애물이 널려 있었고, 곳곳에 치명적인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지만 한 정당의 대표로서 정권을 창출했다.

나아가 ‘독재자의 딸’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지만 30%대의 확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까지 됐다.

그 이면에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한 몫을 했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특별사면’에 대한 ‘원칙’은 더욱 확고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1월 16일 대선공약을 통해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에도 전직 대통령들의 특별사면을 비판하면서 사면권 남용에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 2005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홍업 전 의원을 사면하자 “대통령이 실세들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사면하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고 주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또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2013년 1월 26일에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측근 천신일 전 세종나모여행 회장을 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려하자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특별사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지난해 9월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었다. 또 올해 초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수장들이 기업인 사면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박 대통령은 “사면권 남용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사면은 통상 재범 우려가 있거나 법질서를 해칠 수 있는 수감자는 제외한다. 그러나 이번에 사면된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과거에도 수차례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사면을 받았지만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와 부당내부거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었다. 그러나 복권 되자마자 다시 회사 돈 450억여 원을 빼돌려 개인 투자명목으로 사용하는 등 같은 유형의 범죄를 시작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고 이번으로 무려 세 번째 특별사면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살리기란 명분으로 이루어진 재벌 총수 사면은 오히려 ‘특혜사면’이자 ‘재벌 살리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역대 정권들도 경제위기 때마다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기업인들을 사면해왔다.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만 해도 무려 29차례의 특별사면이 이루어졌다.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는 무려 45명의 기업인들이 사면됐으며, 2009년에도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4개월 만의 특별사면이 있었다. 모두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시행된 특사였다.

하지만 재벌 총수의 특별사면이 실제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 측에서는 총수가 사면이 되어야만 공격적인 경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객관적인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는 다른 사면과 달리 신기한 모습이 일어났다. 정부가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자 한화는 2017년까지 1만7569명을, SK그룹은 2만명의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 일자리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청년고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지 어제오늘이 아닌데 굳이 ‘기업인의 특사 검토’ 소식을 듣고서 행동을 취한 것은 어딘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부의 팔 비틀기나 정치적 이유로 결정된 인상이 짙다.

기업들의 발표대로 청년고용이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보면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2년 전 박 대통령은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투자 활성화를 요청했다. 그룹 회장들도 대통령의 요청에 흔쾌히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10대 그룹 회장단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던 약속이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다. 내용도 무려 7700여 자이다. 제목만 ‘말씀’이지 일관된 흐름은 ‘간곡한 호소’였다. 그것도 무려 다섯 번이나 ‘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공공·교육·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개혁의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4대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을까.

대통령이 목숨과도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간곡한 호소’를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게 없다. 하지만 ‘만약’ 박 대통령의 그런 절박한 ‘말씀’이 지금이 아닌 훨씬 전에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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