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제=전현지 기자] 국내 200대 상장사의 등기 임원 중 여성 임원 수가 전년 대비 1.7배 늘어났지만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중 상위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1441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은 65명으로 조사됐다.

2019년 같은 시점 39명에 비해 1.7배 증가한 수치로 비중도 전년 2.7%에서 1.8%포인트 높아졌다.

[표=CEO스코어]
[표=CEO스코어]

국내 상장사들의 여성 등기임원 선임이 늘어난 것은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 기업은 늦어도 내년 7월까지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여성임원이 늘었지만 200대 상장사 여성 등기임원 비중은 100명 중 4.5명꼴로,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200대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컸다. 미국 200대 기업은 등기임원 2435명 중 여성 등기임원 비중이 30%(730명)로 3명 중 1명 수준이다.

국내 200대 상장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기업은 146곳으로 전년 168곳 대비 22곳 줄었다.

이에 따라 여성이 없는 기업 비중은 84%에서 73%로 낮아졌지만 미국은 200대 기업 모두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두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여성 대표이사 수도 미국과 차이가 컸다. 국내 등기임원 중 여성 대표이사는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가 포함되면서 기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등 3명에서 총 4명으로 늘었다.

반면 미국은 19개 업종에 11명의 여성 대표이사가 재직 중이다. 특히 ‘중후장대(자동차·에너지·철강 등)’ 업종에서도 메리 바라 GM 회장(자동차·부품), 린 굿 듀크에너지 회장(에너지), 피비 노바코비치 제너럴 다이내믹스 회장(조선·기계·설비) 등 여성 CEO가 활약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도 ‘여성임원할당제’ 등을 도입하는 등 이사회의 여성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4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이사회의 성별구성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30개국에서는 할당제나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해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임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어 기업 내 여성임원은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번 여성임원 증가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로, 여성임원 비중 확대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는 만큼 법 적용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기업 자체적으로도 사내 여성임원 확대와 연계시키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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