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한국이 나은 국제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얼마 전에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피아노와 클래식, 그리고 영감을 주었던 스승과 연주자들 등 음악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는 2002년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1등을 한 세계적인 음악가로 충만한 감성을 담은 열정적인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졸업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그를 비롯하여 김선욱, 한명원, 전민재, 안수정 등과 같은 많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했다. 그는 이 학교가 이렇게 좋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대학이 하지 않는 남다른 좋은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일찍 재능을 발굴해 대학과정을 미리 배우도록 하는 예비학교제도, 중학 3학년부터 고교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입학의 특례를 주는 영재과정, 엄격한 실기를 거치는 차별화된 입학시험과정 등 재능 있는 인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하고, 피 나는 훈련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양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0여년 간 국내파 출신 음악가들의 국제 콩쿠르 입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한 대학의 혁신적인 교육이 변방의 작은 나라를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초·중·고생에 대한 SW교육을 정규과목화 하여 이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할 수 있는 미래형 창의인재를 양성하고,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여 대학의 SW교육도 혁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교사의 SW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쉽고 재미있는 교재 개발을 위해 미래부와 교육부가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민관이 합심하여 SW에 친근한 문화를 확산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SW인재 양성계획은 그 동안 지적되어 온 국내 SW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대책이 구체적으로 잘 반영되어 있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초·중등 학생들에 대한 SW교육의 정규과목화는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난제이다.

아울러 대학의 SW교육 혁신도 그 동안 산업계에서 꾸준히 요청해 오던 국내산업 혁신을 위한 매우 중요한 현안 과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잘만 추진된다면 정부의 SW인재 양성계획은 박근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치적으로 기록될 만 해 보인다.

문제는 이 계획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일관성 있게 잘 추진되느냐 이다. 한 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1983년에 시작했던 반도체가 1996년에 가서야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이동통신 기술도 1989년에 개발에 착수하여 10년 이상을 꾸준히 투자한 성과이다.

필자는 지난 93년 김영삼 정부 때 다가오는 미래정보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안을 기획한 바 있다. 그 계획은 95년에 실행에 착수해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완성될 때까지 총 11년 간 3대 정부를 거쳐 일관성 있게 추진된 범국가적 프로젝트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인터넷강국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계획으로 MS의 빌 게이츠 같은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느냐이다. 지금 세계는 컴퓨터기술과 인터넷기술이 국가와 사회 그리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SW는 하드웨어보다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SW가 사회 모든 곳곳에 스며들고 모든 산업에 융합되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부가 이 나라를 SW중심의 사회로 만들어 가자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능력 있는 한 명의 전문가가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세상이다. 앞서 얘기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사례가 국내 SW 대학교육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W에 대한 재능을 일찍 발굴해서 조기교육을 시작하고, SW 특례입학을 허용하여 영재를 양성하고, 각 대학별로 실기시험 등 차별화된 선발과정을 거쳐 재능 있는 인재를 엄선해서 실전적인 훈련을 시켜보면 어떨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빌게이츠와 같은 세계적인 SW인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큰 그림은 그려진 듯하다. 이 계획의 시행에도 한예종과 같은 혁신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IT 강국에 이어 이제 SW강국이 실현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창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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