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6월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핵심의 하나가 임금피크제 도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추진방안은 이른바 '플랜 B'이다. 정부는 당초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 즉 '플랜 A'를 추진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대타협은 4월 8일 결렬됐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먼저 316개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민간부문에서도 30대 기업 집단 및 중점관리 대상 사업장(551개소), 그리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선·금융·제약·자동차·도소매 등 6개 업종별 임금피크제 모델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도입 기업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년연장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치는 경우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닌 것으로 해석하는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법원의 판례는 불이익 변경이라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으며, 정부의 해석은 이 판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부가 이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이 경우 연공임금제 하에서는 중장년 근로자에 대한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1>에서와 같이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은 30대 후반을 100으로 했을 때 40대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기업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공급 하에서 임금은 연령과 함께 계속 높아지게 된다. 즉 중장년 근로자의 임금과 생산성 사이에 괴리가 확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측에서는 40대 후반 이후 중장년 근로자를 고용조정 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현재 정년 규정이 있는 기업의 평균 정년은 58세이지만 실제 은퇴 연령은 53세로 나타나고 있다. 조기 은퇴자들은 자영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소득은 절반 이하로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만약 정년 연장이 조기 퇴직을 증가시킨다면 정년 연장이 중장년 근로자에게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년연장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총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 한국비용편익분석연구원에 의뢰해 내놓은 '정년연장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기업이 60세 정년제를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2016년에 최소 6330억원에서 최대 8252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최소 5조7770억원에서 최대 9조9383억원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채용의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청년 취업난도 당분간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부분적으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그림 2>에서와 같이 2014년 현재 18%에 불과하다. 임금피크제 시행 기업의 피크임금 연령은 평균 56세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 연장에 따라 지금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할 것이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조직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계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년이 법에 의해 이미 연장되었기 때문에 굳이 노동계가 이 시점에서 조합원의 바람과 달리 왜 임금을 양보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임금의 양보냐 아니냐를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의 대의를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시대적 대의는 근로자에게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보다 많이 확보해고 고용안정을 증진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은 기존의 연공임금체계를 유지하는 경우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어느 쪽이 전체 근로자의 고용에 유리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임금피크제가 중장년 근로자에게 60세 정년까지의 고용가능성을 높인다면, 그리하여 오랜 동안 길러온 직무능력을 발휘하며 보람 있는 직업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면, 또 청년 신규 채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년 연장이 60세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머지않아 우리는 정년을 65세 또는 그 이상으로 연장하여 건강이 허락하고 근로자 본인이 희망하는 날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임금과 생산성 사이의 괴리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한편에서 중장년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보다 더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할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그 출발이다. 이외에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다른 방안이 있으면,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면 좋으련만...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