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조 중간점검] 문화융성/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듣는다

문화융성은 경제부흥·국민행복·평화통일 기반구축과 함께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다. 생활 곳곳에 문화의 향기가 스며들도록 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국가 창의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가 문화융성의 원년이라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해다. ‘문화가 있는 날’ 시행, ‘문화누리카드사업’ 추진,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형스포츠클럽 확산 등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여러 정책들을 시행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위클리공감

문화융성의 중책을 맡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12월 9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지난 8월 21일 취임 일성으로 문화융성과 국가브랜드사업 추진을 강조했던 김 장관은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문화융성을 실현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다시 한 번 힘줘 말했다.

취임 4개월을 맞았습니다. 생활이 많이 달라지셨죠.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곧바로 국정감사를 준비했고 경제혁신 관련 법안과 2015년 예산안 통과 등 국회 일정으로 분주했습니다.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일도 많고요. 덕분에 주말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암벽등반을 즐겼는데 요즘엔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공직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라서 각종 이해관계 등 고려할 사안이 많습니다. 그만큼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고자 노력합니다.”

디자인 전문가로 문화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큽니다. 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화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합니다만 저는 문화를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행복의 매개체이기도 하고요. 소통과 신뢰, 나눔과 배려 등 공동체의 가치를 확산시키며 사회통합을 이루는 가치를 포괄합니다. 특히 상상력과 창의성, 감성을 길러내며, 나아가서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융성’이라는 용어가 상당히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문화융성이란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원리로 작동하고 국가 발전의 토대를 이루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화 자원을 적극 개발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물론 문화의 속성인 창의성·다양성·포용·상생 등의 가치들을 국가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올해는 ‘문화가 있는 날’을 시행하는 등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문화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을 때 국민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창의성·다양성·포용과 상생 등의 문화적 가치가 확산될 수 있으니까요. 영국·프랑스·독일과 같은 선진국들도 ‘국민행복’과 ‘삶의 질’에 기반한 문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문화융성 정책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난해 문화융성의 토대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국민이 생활 속에서 문화융성을 체감하도록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았습니다. 우선 올해 1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매월 시행하고 있습니다. 1,500여 문화·예술·체육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각종 공연 등을 대폭 할인된 가격이나 무료로 제공해 반응이 좋습니다. 또 생활문화센터(34개소), 국민체력인증센터(21개소), 종합형스포츠클럽(19개소), 한글박물관 개설 등과 같은 생활 속 문화향유 기반을 조성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문화융성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마수’ 등으로 불리며 문화융성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듯합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서 앞글자를 따와 ‘매마수’로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이날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방증이니 고맙지요.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평일에 보다 쉽게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올해 1월 시작했습니다. 예술의전당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조금 더 저렴하게(관람료 무료 또는 할인),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야간 연장개장) 이용할 수 있으며 특별기획공연 등도 즐길 수 있습니다. 2014년 11월 기준 전국 1,574개로, 행사를 시작한 1월 883개 시설이 참여한 것과 비교할 때 78퍼센트가량 늘었습니다. 33개 기업·경제단체와 7개 정부부처가 ‘문화퇴근날’ 캠페인, 문화행사 단체관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가 있는 날’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과 학교 등에서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문화가 있는 날’ 정시퇴근운동 등 기업과의 협력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문화누리카드도 올해 역점을 둔 사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정된 문화기본법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문화권’을 하나의 권리로 규정했습니다. 문체부에서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현재 가구당 10만원의 문화누리카드를 지원 중이며, 올해에는 약 144만명의 기초생활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올해 11월 기준 카드발급률이 99.8퍼센트, 카드이용률은 77.6퍼센트입니다. 특히 올해는 기존에 3개로 나눠져 불편함을 초래했던 문화·여행·스포츠 이용권을 하나로 통합해 카드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카드 이용의 편리성을 증진시키도록 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삶의 활력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문화예술·체육·레저·관광 등 광범위한 문체부의 업무영역은 경제부흥을 위해 집중 육성되고 있는 콘텐츠 중심 창조경제의 핵심분야이기도 합니다.

“문화융성은 창조경제, 경제부흥과도 밀접하게 선순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감성을 길러내는 원천이고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융합형 창의인재를 키우는 토양이 됩니다. 그리고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상상력이 콘텐츠가 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일 뿐 아니라 문화적 융복합을 통해 관련 분야의 성장을 촉진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박물관 소장자료 등 국가문화유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국민 누구나 이러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다양한 부가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져 창조경제 구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통문화·위인·유적·설화 등 지역문화유산에 창의성을 더한 지역특화콘텐츠를 개발·육성한다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소치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등 스포츠 행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차기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종목에 걸쳐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준 봅슬레이·스켈레톤·컬링·루지·스키 선수단의 활약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줬습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안전하게 치렀고, 세계신기록 17개와 아시아신기록 34개 등 신기록이 풍성했으며, 우리나라 대표팀이 5회 연속 종합순위 2위를 달성한 대회였습니다. 특히 ‘비전 2014 프로그램’과 다문화가족 경기 관람 등을 통해 아시아의 화합과 공감을 이끌어낸 대회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고 있습니다.”

내외국인의 국내관광 활성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개최하는 등 민관이 합심한 결과 올 한 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1,400만명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특히 9월에는 관광수지가 2년 4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고 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은 저절로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관광분야에 적용해 본다면 관광여건 개선을 통해 국내관광이 활성화될 때, 관광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17년 외래관광객 2천만명을 목표로 숙박과 교통 등 관광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지역 고유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콘텐츠 확충을 지원하는 한편 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이었으며 성취 여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내년의 바람도 듣고 싶습니다.

“지난 8월 장관에 취임하면서 ‘문화융성’ 국정기조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도 국민·정책고객과의 소통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든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항상 경청하는 자세로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 신뢰를 얻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문화융성’이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돼 보다 널리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보다 깊이 우리 생활에 스며들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음 일정을 위해 일어서는 김 장관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더했다. 문화정책 수장의 ‘문화가 있는 삶’은 어떤지 궁금했다. “공직에 오기 전엔 강단에서 가르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일 자체가 문화였습니다. 공연·전시·독서 등은 일상이었지요. 지금은 현장에 가는 것이 곧 문화죠. 한 번이라도 현장의 소리를 더 듣고, 더 가는 게 저의 문화가 있는 삶입니다.” 발걸음을 옮기는 김 장관의 말끝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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