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에서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형수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형수 기자]

[한국정책신문=김형수 기자] 지난달 불거진 '재포장 금지법' 관련 논란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과대포장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시민단체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했고, 업계에선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사업적 성과로도 이어졌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과대포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포장 규제를 내년 1월로 미룬 상태고 유예기간 동안 포장 폐기물이 계속 나올 텐데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지난달 22일 불필요한 재포장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 띠지 등으로 제품을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재포장 금지법’의 시행을 지난 1일에서 내년 1월로 미룬 것에 대한 지적이다. 환경부는 대형마트 등에서 묶음할인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반발이 제기되자 시행을 6개월 늦췄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동안에도 포장재 쓰레기 발생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며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채은 환경부 과장은 “지난 10년 간 생활페기물 발생량이 10% 늘었는데 생활폐기물 가운데 35%가 포장재”라면서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택배, 음식배달이 급증하면서 폐기물이 예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포장재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나 과대 포장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쿠팡도 그 가운데 한곳이다. 쿠팡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알맞은 크기의 상자를 사용하며 과대포장을 방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대포장에 대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쿠팡 과대포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멀티탭 2개 구매했는데 라면박스보다 더 큰 박스에 왔네요’라고 짧은 글을 남겼다. 함께 게시된 사진에는 ‘쿠팡은 로켓배송!’이라고 적힌 박스에 담긴 멀티탭 2개의 모습이 담겼다. 한눈에 보기에도 멀티탭 2개가 들어있는 박스에는 빈 공간이 많다. 

지난 4월 쿠팡에서 디퓨저 스틱을 주문했다는 또 다른 소비자는 인터넷 맘카페에 ‘디퓨저 스틱 외에 생필품 시켰는데 한 박스에 같이 오면 너무 좋으련만 스틱 하나에 박스가 저만하다’면서 ‘환경해침이 심한 거 같아 씁쓸해요’라는 글을 썼다. 글쓴이는 비닐봉투에 포장된 디퓨저 스틱가 비닐봉투보다 몇 배는 큰 상자에 담긴 모습을 찍은 사진도 게시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재포장 규제는 빨리 시행돼야 하며, 업계가 나서서 과대포장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거와 선별에 많은 비용이 드는 재활용보다 애초에 포장재 사용을 줄여 포장재 폐기물을 덜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앞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 감축을 외치기도 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환경부가 오랫동안 만든 법을 물리는 게 어딨냐”며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를 높였다. 또 “기업이 솔선수범해서 생산단계에서 (포장재 사용을) 줄여주시고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만들어주시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분리배출하겠다”면서 “정부가 재활용업체 지원해주면 쓰레기가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영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 센터장은 재사용 포장재 사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선식품 배송에 주로 쓰이는 재사용 포장재를 다른 상품 배송에도 사용하자는 것이다. 오재영 센터장은 “신선식품은 전체 텍배 물량의 2-3% 수준”이라면서 “이걸 일반 택배에도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SSG닷컴은 새벽배송에 ‘알비백’이라는 보냉가방을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 새벽배송 고객이 재주문 시에 문 밖에 알비백을 놓아두면 배송기사가 신선식품을 넣어두는 방식이다. SSG닷컴은 알비백 사용으로 스티로폼 박스, 종이 포장재, 아이스팩 등 일회용품 사용량을 약 1080만개 절감한 것으로 집계했다.  

업계에서는 포장재 사용량 감축을 위한 행동이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수 애경산업 부문장은 “포장재 줄이기를 기본적으로 엄청 노력한다”면서 “그럼에도 작년에 매출이 늘었고 올해도 매출이 느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포장재 사용을 늘리는 것이 소비촉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예외를 두지 않는 실천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상품 보호와 전달 기능 외에는 정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를 빼고 철저히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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