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영 생활경제부장] 이달부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공개돼 열차가 지나는 자치단체에선 누구나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 여부를 확인하고 대안의 설정·분석 등을 통해 환경적 측면에서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GTX C노선은 경기 수원과 과천, 강남, 청량리, 의정부덕정을 연결하는 총연장 74.8km, 10개 역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열차의 최대속도는 200km/h, 운행속도는 180km/h로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역 정차 등을 고려한 표정속도는 약 100km/h가 될 전망이다. 단순 계산하면 수원에서 의정부 덕정까지 4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수원에서 삼성까지는 22분, 의정부에서 삼성까지 16분 대에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를 40분 이내에 이동한다 것은 가히 혁명적인 교통수단임이 틀림없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GTX 열차가 달리는 구간은 지상에서 최소 40m 이상 깊은 대심도에서 이뤄지므로 대규모 주거단지나 자연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의정부덕정쪽 차량기지 예정지의 군부대만 이전하면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일부 지자체의 아파트 단지 하부를 통과하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있으나 수도권 주민의 이동편의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그리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본설계 등을 통해 구체적인 역사 위치와 지하철, 버스와의 환승 동선 등이 결정되겠지만, 일부 자치단체에서 추가 역사 신설과 노선 연장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협의하느냐에 따라 당초 공표한 빠른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2의 KTX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GTX가 개통하면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탈서울을 하고도 서울로 출근한 경기도민에게 큰 교통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서울역과 사당역, 강남역 등에서 빨간색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긴 줄이 사라져 보도통행이 편리해질 수도 있다.

이렇게 GTX 관련 장밋빛 전망만 쏟아지고 있지만 향후 역사 주변에 집값 상승으로 다시 저렴한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일부 계층도 있을 것이다. 이러면 결국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다. 지하철보다 비싼 요금에 고민하거나 열차의 배차 간격이 너무 커 출퇴근 시간대 승객이 집중적으로 몰려 콩나물시루에 갇힌 경험을 할수도 있다. 이에 노인 무임 승차 폐지나 고속 운행에 따른 승차 정원제나 예약제 등 온갖 제한책도 생길지 모른다.   

더구나 GTX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운행하므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다중의 안전장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는 만큼 여러 대의 에스컬레이터와 승강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역 주변에 정형외과 개원도 늘어날 수 있다. 

고산자 김정호가 걸어서 팔도를 돌며 대동여지도를 제작했을 즈음 런던에서는 지하철이 운행됐다. 지금도 런던 지하철의 일부 역사의 승강장은 지상에서 꽤 깊숙한 곳에 있어 많은 승객이 침착하게 승강기 탈 차례를 기다린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은 이때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승강장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LA에도 땅 속 깊은 곳에 지하철 승강장이 있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데 여기서도 걷는 사람은 한국인 뿐이다. GTX를 타는 그날까지 국민의 성격을 고려한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이 도입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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