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간 다툼에 WTI유 가격 하락 전환...변동성 확대 가능성 높아

<사진=뉴스1>

[한국정책신문=김진솔 기자] 원유 감산 거부를 두고 산유국들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출렁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지난달 감산 합의 결렬은 러시아 탓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가격을 낮추고 증산한 것은 셰일오일 경쟁자(미국)를 견제하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우디 외무부는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지난 6일 원유 수급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이 포함된 OPEC플러스(+)는 오는 9일로 미뤄졌다.

더불어 양국 사이 중재에 나선 미국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OPEC+에 미국도 감산 공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자국의 셰일오일 감산 여지를 일축했다.

오히려 4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수만 명의 에너지업계 근로자와 그 일자리를 만드는 위대한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뭐든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원유에 수입관세를 부과해 압박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전쟁 개입 이후 나타난 '석유시장 안정화' 노력은 배럴당 20달러 수준 WTI 가격 하방을 지킬 수 있는 요인이지만 '감산 합의' 도달 전까지 유가는 높은 변동성 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감산 공조 기대로 이틀 연속 급등했던 국제원유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시 23분 기준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일대비 0.50달러(1.76%) 하락한 배럴당 27.84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수단인 원유 수입관세 부과는 실제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내 정유업체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부족해 압박용으로 사용되기 힘든 카드"라고 설명했다.

또 윤 연구원은 "OPEC+ 화상회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미국의 감산 여부를 두고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의 변동성은 이번주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석유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후 기대요인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지는 모습이다"며 "실제로 금융위기 직후 맞이한 유가 상승기 당시 미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의 통화, 재정정책 대응으로 경기 반등 기대가 높아졌고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정제시설 증산으로 정제 능력이 늘어났다"며 "이러한 요인들로 향후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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