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균 상지대 한의예과 교수,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대변인

[한국정책신문=방정균 상지대 한의예과 교수] 2007년. 4대 개혁입법을 반대하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립학교연합 ·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손잡고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했다. 아니, 개악(改惡)했다. 이후 이명박 · 박근혜 정부시절 사학은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사학비리세력들은 사립학교법 개악을 통해 신설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셀프구제를 하면서 자신들의 학교로 복귀했다. 그 결과 대학민주화를 외치며 싸우던 구성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쓰러져 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대한민국 사학은 어둠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대학민주화를 염원하는 불꽃은 꺼지지 않고 타올랐고,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서 그 빛을 발하는 듯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학비리를 조장하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일신(日新)해 대학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를 대학의 임원으로 선임했다. 또 교육부 내에 ‘사학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사학 비리를 색출하고 엄중하게 단죄하고자 했다. 그러나 혁신을 거부하며 저항하는 세력이 교육부 내에서 똬리를 튼 채 사학민주화의 물결을 막아섰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김청현 교육부 감사관이다.

교육부 감사관은 외부 개방형 공모제로 뽑는다. 김청현 감사관은 검사직을 사직하고 고위공무원인 교육부 감사관에 응모해 감사관이 됐다. 그는 한차례 연임을 하면서 5년간 교육부 감사를 총괄했다. 그런데 감사관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경력검사채용’ 형식을 빌려 검사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김 감사관의 검사복귀 반대 서명을 진행했고, 단 일주일 만에 1,80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김 감사관의 검사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는 3가지 측면에서다.

첫째, 김 감사관은 직분을 망각한 채 직무를 유기했다. 교육부 감사관은 행정감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감사처분심의위원장이다. 사학을 포함한 341개교의 교육 비리를 근절할 막중한 책무가 부여된 직책이다. 그러나 그는 5년여의 감사관 재임시절 감사처분의 90% 이상을 경고 처분을 하면서 사학비리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감사결과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이 적발될 경우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분으로 사학비리를 조장했다. 급기야 감사처분서를 근거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대신 고발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학비리 척결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처분을 자행한 교육부 감사관을 이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검사로 제청하는 것은 불가하다.

둘째, 교육부 감사관을 검사로 복귀시키는 것은 검사의 꼼수 파견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이미 5년 전 검사직을 사직하고 개방형 임기직인 교육부 감사관에 임용돼 고위공무원이 됐던 인사를, 그 임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경력직검사 채용 형식을 빌려 검사로 복귀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검사의 파견에 여러 문제점이 노정되었다고 인식해 청와대 비서실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검사 파견을 폐지했다. 교육부 감사관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특히 교육부 감사관은 외부 개방형 공모제로 검사 파견 직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 검사를 꼼수로 파견했다. 이번에 그 고리를 잘라내야 한다. 개방형 공모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향후 검사의 교육부 감사관 파견을 막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 감사관을 지낸 인사를 검사로 복귀시키는 것은 불가하다.

셋째, 김 감사관은 검사시절 성추행 사건을 무마한 전력이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부장검사를 옹호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한국 사회는 ‘n번방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지나치게 관용적인 성범죄 처벌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 지도층의 성범죄에 대한 그동안의 가벼운 처벌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제 공직자에게 고도의 성인지 감수성을 요구하는 것은 하나의 시대정신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성추행 사건을 무마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구설수에 오른 인사의 검사직 복귀는 불가하다.

지난 26일 교육단체 대표들은 김청현 교육부 감사관의 검사 복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1,800명이 서명한 서명지를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단순히 한 개인의 검사직 복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 감사관 시절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사학비리를 방조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개방형 임기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꼼수 복귀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또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소위 삼불가론(三不可論)이다. 법무부 장관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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