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한상오 편집국장] 정치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코로나19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국민들에게 정부가 직접 현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취지다.

한상오 편집국장

첫 출발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국회에 제안하면서 출발했다. 김 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면 51조원, 50만원을 지급할 땐 26조원이면 가능하다면서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시간과 행정적 비용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고 시급성을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뒤를 이었다. 이 지사는 우리 경제구조 규모와 OECD 절반수준인 복지지출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재원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면서 재난소득 지급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투자할 곳보다 투자할 돈이 넘쳐나 저성장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경제흐름을 되살리고 지속성장을 담보할 유일한 정책이 ‘재난기본소득’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전북 전주시는 전국 처음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10일 전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 명에게 50만원씩을 지급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13일 시의회에서 이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면 해당자 적격심사를 거쳐 이달부터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된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은 1인당 50만원이며 3개월 내에 사용해야 한다. 동네 가게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 회생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정작 여권에서 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등 여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이 재난기본소득 논의로 발목이 잡힐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경에서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포함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의 시급성에 비춰볼 때 국회에서 논쟁으로 한두 주를 미룰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유사한 기본소득을 놓고 전 세계적으로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논쟁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 당장 코로나19 여파로 생계를 위협받는 취약계층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당일 미국 뉴욕증시 중요 지수는 4~5% 폭락했다. 국내 시장도 주식, 채권, 환율 모두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크게 하락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다. 코로나19 기승으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각종 모임이나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특히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지역 확산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직장 근처의 음식점 등 소상공인들은 매출 하락으로 하루를 버티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비정규직이나 일용 노동자는 일자리마저 박탈되면서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들 모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으로 빠른 시간 안에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계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단기 부양책의 목표가 사람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급여세 인하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 공공정책대학원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5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의회가 미국 시민권자나 납세자인 모든 성인에게 1인당 1000달러(약110만원), 아동 1인당 500달러씩 주는 간단한 일회성 지급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감세 조치만으로는 경제를 부양하기에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는 GDP 대비 수출의존도가 40%에 달하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경제에 장기간 어두운 그림자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코로나19로 안한 경기 침체가 겹칠 경우 미국경제도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그때는 길고 어두운 암흑의 터널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취약계층은 장기간 버틸 여력이 없다. 당장 끼니를 걱정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정부가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이 절실하다. 이는 국민의 삶과 생존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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