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한국정책신문=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코로나19 사태는 장기간 경제난에 시달리던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다행히 코로나19 사태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학계와 정부, 정치권이 모두 힘을 합쳐 우리 경제를 살려내는 데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현재의 심각한 경제난에 대해 정부는 대외경제여건 악화와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책임한 변명이자, 책임회피이다. 대외경제여건 악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을 극복할 정책을 찾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경제여건이 지금보다 열악하고 잠재성장률도 훨씬 더 낮았던 때에도 뛰어난 경제성장을 거둔 사례가 있다. 김대중 정부의 뛰어난 경제정책과 업적이다. 이것은 중요한 지적재산으로 지금의 힘겨운 경제상황을 극복할 방법으로 삼을 수 있다.

1996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238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잠재성장률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보유고가 고갈위기에 처했고, 결국 1997년 11월에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대외여건 역시 최악이었다. 일본은 1998년과 1999년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2000년에도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와 홍콩 등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1998년 중반에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그 바람에 미국의 LTCM이 도산했다.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던 날, 어떤 신문은 “5년 안에 외환위기만 극복해도 역사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적었다.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식인 사회에서도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만큼 외환위기는 심각한 경제적 질병으로서 좀처럼 치유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세계사가 이미 여러 차례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불과 1년 만에 극복해냈다. 우선, 1998년 말의 외환보유고가 520억 달러에 이름으로써 외환위기 직전의 최고치보다 거의 두 배나 더 많이 쌓였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IMF 등이 구제금융으로 189억 달러를 제공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1998년의 경상수지가 401억 달러에 달했던 것이 외환보유고 확충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었던 1999년에도 경상수지 흑자는 2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외환위기에서 완벽히 탈출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지 불과 1년 만에 경제회복까지 이뤄냈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5.5%를 기록했지만, 바로 다음해인 1999년에는 무려 11.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실적을 평가하기는커녕 폄하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추락의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2000년에도 성장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인 8.9%를 기록하자 그런 비판은 쏙 들어갔다. 하지만 반성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이슈들을 내세워 김대중 정부의 경제업적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난리라던 환란이 터졌다면, 그 극복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부작용과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끝내 외면당했다. 그래서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110만 명에 달했고, 길거리에는 노숙자가 넘쳐났다. 3만 개 이상의 기업들이 도산했고, 30대 재벌 중에서 16개가 사라졌거나 공중분해를 당했다. 자영업자 도산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고, 가정파탄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노숙자들이 지하차도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런 끔찍한 사태를 초래한 원흉을 비난하기보다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김대중 정부를 비난하는 데에만 앞장섰다.

심지어 김대중 정부는 IMF에 맞서서 “외채의 지급불능을 선언했어야 했다”는 주장까지 대두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외채의 지급불능을 선언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연히 참혹한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 뻔하다. 외채의 지급불능을 선언하는 순간, 수출은 물론이고 수입마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수출과 수입은 국제금융시장의 신용에 의해서 이뤄지는데, 지급불능을 선언한 국가에는 어떤 국제금융기관도 신용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수입과 수출이 거의 중단되고 만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 등의 각종 자원은 물론이고 석유 등의 에너지 자원과 여러 공업용 자원들도 수입할 수 없게 된다. 그 다음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세계사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난을 불과 1년 만에 해소했고, 성장률을 1년 만에 11.3%로 끌어올렸으며, 경상수지도 대규모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 당연히 나타나기 마련인 빈부격차, 국가부채, 공적자금 등의 후유증과 부작용도 최소화시켰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김대중 정부의 위와 같은 탁월한 업적을 아직도 모르고 있을까? 당연히 국내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그 업적을 폄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이것이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언론과 경제전문가 사회는 오직 김대중 정부의 경제업적에서 부정적인 것들만을 내세웠다. 흑자 기업을 도산시켰다. 국부를 유출시켰다, 공적자금을 공짜자금처럼 사용했다, 빈부격차가 커졌다,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등등의 부정적인 아젠다를 양산하여 퍼뜨리는 데에만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은 외환위기가 터지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필수적이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위와 같은 부작용과 후유증은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적었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정부 이래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어도 경제난이 점점 심각해지기만 한 근본적은 원인은 김대중 정부의 뛰어난 경제업적에 대한 평가절하에 있다. 성공한 경제정책을 폐기하면 실패할 경제정책이 선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사를 들여다보면, 성공의 길은 유일하거나 아주 좁다. 그리고 성공의 길은 험난한 것이 보통이다. 피땀을 흘리고 고통을 인내해야 비로소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가 있다. 반면에, 실패의 길은 사방에 널려 있고, 아주 쉽다.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고통을 인내할 필요도 없다. 만약 피땀을 흘리고 고통을 인내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성공의 길에서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남는 것은 실패의 길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피땀을 흘리고 일시적인 고통을 인내해야 할 경제정책들이 주로 펼쳐짐으로써, 진보지식인 사회가 이것을 비난하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이 그런 정책 즉, 피땀 흘리고 일시적인 고통을 인내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성장가도에 다시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난이 점점 더 심화되기만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김대중 정부가 피땀을 흘리고 고통을 인내하며 애써 가꾸었던 성공의 길을 배척하고, 그 길을 개척했던 정책들을 외면했던 것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경제난을 초래했던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현재의 마냥 심각해지기만 하고 있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들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피땀을 흘리고 일시적인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그런 경제정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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