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2020년 3월 8일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및 금지조치를 취한 국가는 총 103개국이다. 한국발 입국을 금지한 나라가 42개국이다. 한국발 입국자를 격리 조치를 취한 나라 15개국, 검역강화 및 자가 격리 권고 중인 국가가 46개국이다. 이들 국가들의 조치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인 국가 안보개념이 탈냉전 이후에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인간안보의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안보’란 안보의 개념이 국가가 아니라 국민 개인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안보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1994년 처음으로 제시한 새로운 안보개념이다. 인간안보는 개인의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인간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안보위협의 요인으로 본다. 적극적 안보 개념인 인간안보에는 경제안보, 식량안보, 개인안보, 환경안보, 공동체안보, 정치안보 등이 포함된다.

오늘날 인간안보를 비롯한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 앞에선 협력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가 탄생의 기원과 국제정치에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는 협력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치자가 누가됐든 죽을힘을 다해 자국민의 안전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흔히들 세계화로 인해 국경의 높이가 낮아졌다고 한다. 세상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라는 네트워크 형식을 이용해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공유가 가능해졌다. 즉 자유로움을 누리는 정도가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자유를 누리는 것과 상응해서 우리의 안전도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는 자유와 안전 둘 다 필요하다. 

하지만 영국의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지적한대로 민주주의 사회는 결코 자유와 안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라는 형식을 사용하여 연결되어 있고 확인 안 된 정보와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는 네트워크 세계를 현실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은 공동체이다.

공동체만이 우리에게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 공동체가 안전을 제공하는 대신 개인은 공동체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온 국민이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는 마스크 구매 5부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공동체 내에서 일정정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하게 됐다. 

SNS 세계에서는 언제든 자유롭게 탈퇴가 가능하다. 하지만 SNS 세계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 안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공동체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안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SNS에 난무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지금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다. 수많은 환자들을 앞에 두고 사익추구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주장한다는 것은 공동체 가치 보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바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이다. 동시에 누구나 안전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본인의 병원 진료를 잠시 접고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 자원봉사를 선택하는 이타적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의 선택이 늘 같지는 않다. 

우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누군가 법정 임기 4년 동안 권력을 잡고자 한다면 자유로운 대한민국과 안전한 대한민국 중 유권자들이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한국정책신문=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