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첫 번째 전략...'나만의 클럽' 마련
[한국정책신문=이헌수 칼럼니스트] 도(道)는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전략 중 가장 먼저 나올 만큼 중요하다. 골프 경기에 있어서 도는 골퍼가 경기를 위해 준비된 모든 것과 호흡을 맞추는 혼연일체를 뜻한다.
골프 경기를 위한 준비는 클럽, 의상, 신발, 장갑, 볼, 티, 모자 등 직접적 영향을 주는 장비와 자신의 기량을 실전에서 발휘할 심리적 준비상태 등이 있다.
도를 깨닫는 의미는 모든 준비에서 확실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상태다.
필드에서의 도를 깨닫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나만의 클럽'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0년간 골프는 엄청나게 변화해 왔지만 아마도 가장 뚜렷한 차이는 장비 분야가 아닐까 싶다.
19세기 위대한 골프 초기 개척자 중 한 사람인 영 톰 모리스((Young Tom Morris) 등 당시 골퍼들이 사용하던 장비들과 현재 장비들을 비교하면 골프 경기가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원시적이다.
사실 초기 골프 장비에는 니블릭, 브래시, 스푼, 드라이빙-아이언, 매쉬, 매쉬-니블릭 등 낭만적인 이름들이 붙어 있었다. 현재 쓰이는 우드, 유틸리티, 5번 아이언, 7번 아이언, 웻지클럽 같은 이름보다는 훨씬 재밌다.
하지만 오늘날의 골프 장비 성능은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 안정성도 향상됐다.
클럽의 종류나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까다롭다.
골프장에 가서 프로에게 조언이나 정보를 듣거나 혹은 근처 골프가게 선반에 있는 클럽세트를 구입해도 되고, 할인매장에 가서 구입해도 된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장비들의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선수의 기량과 근력 신체적 특성에 맞는 맞춤 클럽의 시대에 올바른 로프트, 라이, 샤프트의 굵기, 헤드웨이트 등 나만의 클럽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대여용 클럽으로 플레이해 왔거나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적응기간 동안 사용할 값싼 세트를 찾는 게 좋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종류의 클럽을 산다는 중대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
골프코스에서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누군가가 골프채 세트를 팔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저렴한 클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골프 클럽을 내놓은 창고 세일도 가보고, 광고지나 인터넷에
실려 있는 상품 안내도 살펴보라. 이것저것 비교해서 최상의 구매를 할 수도 있다.
초보자들은 당장은 저렴한 클럽을 쓰자. 큰돈을 쓸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한 가지는 가능한 모든 종류의 클럽을 경험하는 것이다.
스틸 샤프트, 그라파이트 샤프트, 헤드가 큰 클럽, 단조한 클럽, 뒤에 홈이 있는 클럽 헤드에 에어가 들어가 있는 클럽 등 다양한 클럽으로 실험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양한 클럽을 사용하고 직접 느껴봐야 한다. 이는 자신의 클럽을 찾는 데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수많은 클럽을 다 구입할 필요는 없다. 연습장에서 혹은 필드에서 만나는 친구나 동료에게 주저 말고 부탁하자.
반복되는 연습과 필드에서의 적응 시간을 자꾸 늘리면서 다양한 클럽을 경험하게 되면 점점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알 수 있다.
최근 클럽 시장은 끊임없이 진보되는 기술 덕분에 신제품이라도 6개월 뒤면 구형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검소하게 최상의 구매를 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맞는 각각의 세트를 구입하고 볼을 치는 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세트를 고수하는 편이 좋다.
변덕스러운 골프 스윙에 모두 맞는 풀 세트의 클럽을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1번 티잉 그라운드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이번에 클럽을 바꿔서 볼이 잘 맞을지 모르겠어...아직 손에 안 익었거든"
그리고 티 샷에서 OB가 나면 클럽을 바라보면서 다시 말한다.
"클럽만 안 바꿨어도 300야드는 문제없는 건데...역시 새 클럽은 스코어가 안 나"
이는 전쟁에 남의 활을 들고나가서는 "활시위가 내 힘에 안 맞게 너무 뻑뻑해서 당길 수가 없어"라는 불평과 마찬가지다.
골프 전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자랑하기 위해 새 클럽을 들고나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유로 클럽을 교체하게 되면 손에 익을 때까지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신의 손에 익지 않은 클럽은 필드에서 망신살로 돌아온다.
필드에서의 자신감은 손에 맞는 클럽에서 시작된다.
준비하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격언은 골프경기의 무기인 골프 클럽의 선택과 연습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헌수 한국골프산업연구원장>
-약력-
한국체대 스포츠 교육학 박사
(前)서울스포츠대학원·가천대학교 골프 전공 교수
(前)SBS골프·Jtbc골프 채널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