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학력 미스매치로 인적자본 활용 '비효율성' 지적
직업교육 강화 및 직업간 원활한 노동 이동 유도 필요

<표=한국은행>

[한국정책신문=이지우 기자] 4년제 대학졸업자 10명 중 3명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과 강달현 조사역이 작성한 BOK이슈노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2000년 22∼23%였으나 올해 9월 30.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하향취업'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예로 대졸자가 대졸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매장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할 경우 하향직업에 해당한다.

하향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로 일하고 있었다. 대졸자가 하향취업 시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지를 살펴본 결과 57%가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를 선택했다. 장치 및 조립 종사자가 되는 경우도 14%를 차지했다.

하향취업률은 남성, 청·장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장년층의 높은 하향취업률은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데 주로 기인했다. 고령화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대학 전공별로는 인문·사회, 이공계, 예체능에서 30% 내외의 하향취업률이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자연계(30.6%) ▲예체능(27.7%) ▲인문·사회(27.7%)였다.

반면 직업과 전공 간 연계성이 높은 의약, 사범계열은 하향취업률이 10% 이내로 낮았다.

증가세에 대해 오 과장은"이러한 증가세는 고학력 일자리 증가(수요)가 대졸자 증가(공급)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하향취업은 '일자리-학력' 미스매치로 장기적 관점에서 학력과잉에 따른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지적했다.

하향취업에서 적정취업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4.6%에 불과했으며, 하향취업자의 85.6%는 1년 후에도 자리를 유지했다. 또 76.1%는 3년 후에도 이를 유지했으며, 실업자가 되거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경우도 9.8%나 됐다.

하향취업자들의 임금은 적정취업자의 것에 비해 38%만큼 낮았다. 2004~2018년 사이 하향취업자 임금은 177만 원으로 적정취업자의 임금(284만 원)보다 크게 낮았다.

오 과장은 "하향취업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공급 층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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