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기로'에 선 보험사들, 보험업법은 계류중

여의도 국회 전경. <사진=뉴스1>

[한국정책신문=이지우 기자] 보험업계가 저금리 장기화, 손해율 악화, 고령화 등 연속적인 악재로 고충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련 혁신 법안마저 진척이 없어 좀처럼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20대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살펴본 결과, 총 58개 중 단 한 건도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총 11개지만 겨우 통과해도 실제 회의에선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넘어간 건이 대다수였다.

특히 ▲신용생명보험 활성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보험사기 가중처벌과 같은 내용은 소비자 혜택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신용생명보험'은 대출을 받은 고객 본인이 사망 등의 사고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대출기관에 지급하는 보험이다. 

특히 구상권이 없어 채무자 사망 시 채무가 소멸돼, 유족 등의 생계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 소위 '빚의 대물림'을 막아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선 신용보험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일명 '꺾기'로 불리는 구속성보험에 대한 규제로 대출자가 대출기관으로부터 신용보험을 안내받기 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현재 국내에선 BNP파리바카디프생명만이 신용생명보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지난해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최초발의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등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보험료가 대출금의 일정 비율 이상인 보험계약의 청약을 권유하는 경우는 현행법의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되, 신용생명보험의 권유 등의 행위는 금지행위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다.

신용생명보험은 프랑스, 일본 등 해외서 채무자 및 그 가족 보호와 대출기관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2018,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발의)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줄 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보험자가 청구를 위해 병원·약국서 진단서 및 각종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신청해야 한다. 개정되면 피보험자의 청구 절차 간소화로 비용 및 시간 절감이 가능하고 보험사는 개별 청구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보험사기 가중 처벌'(2019,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보험설계사·손해사정사·의료종사자·자동차관리사업자 등이 범죄를 저지르면 벌금액 기준을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보험사기 적발액이 매년 증가하고 이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다수 보험 가입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해외투자' 수익 발목을 잡고 있는 '해외투자비중 상한성 폐지' 내용 통과를 오매불망하고 있다.

현행법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운용을 위해 해외자산에 투자할 경우 일반 계정은 총자산 대비 30% 미만, 특별계정은 특별계정자산 대비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리리스크 관리를 위한 보험사들의 해외 장기자산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상한선인 30%에 근접한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도 규제는 2003년 변화된 이후 현재의 금융환경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해외자산 소유 비율 규제를 100분의 50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발의했다.

주요 보험업법 개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매년 '좌초'를 거듭하자 내년 보험업계를 바라보는 경영 여건도 암울하다는 관측이 거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보험사기는 천정부지로 솟아나 사회안정보장 장치인 보험의 역할이 더 중대되고 있다"면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 편의와 그 역할을 더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게 되는데 논의조차 안 되는 안들은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계류된 법안은 21대로 국회로 넘어가면 자동 폐사된다. 동일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10인 이상의 의원 찬성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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