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치면서 CEO 인사에선 '관치' 여전

[한국정책신문=이지우 기자] '관치 금융'과 '금융 혁신'.

최근 몇 년간 금융권 화두는 단연 '디지털', '글로벌' 등 '금융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모든 금융사는 앞다퉈 IT인재를 영입하고 디지털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발길은 해외로 향했다.

이런 행보는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과 연결돼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모습도 근래 들어 급격하게 변해가는 중이다.

은행원들이 주판알을 튀기고 고객들은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대기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고 종이 문서 대신 그 자리를 태블릿이 채우고 있다. 고객들의 편의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은행영업점도 단순 금융거래뿐만 아니라 문화, 빵집, 마트와 그 경계를 허물고 각 은행 강점을 살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성장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도 '금융 혁신'에 공감하고 관련 정책들을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등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를 보수적으로 여겨진 금융권이 '개방적'으로 변모(變貌)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아직도 금융사는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만 다가오면 '관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주요 은행, 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은 CEO 선임 기간만 되면 '관치', '낙하산'이란 단어로부터 자유롭질 못하다.

'혁신'을 외치면서도 CEO선임에서는 '관치'라는 구태를 답습하는 이상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무수한 하마평이 들려오는 가운데 역시나 '관료' 출신 인물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과거의 관치 논란이 또 반복되어선 안 된다. 정부와 은행이 변했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33년, 35년 은행원 '외길'을 걸어온 은행장들이 지금 자리에 있다. 은행업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자신의 회사 강점과 특징에 대해 잘 아는 인물들이 진두지휘하며 미래 은행을 위해 토대를 닦고 있다.

기업은행이 2010년 조준희 행장을 시작으로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이 나왔는데 또 다시 9년 만에 '관료 출신' 행장이 온다면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혁신'은 진정한 금융권의 구태에 대한 '혁신 의지'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치 금융이 변화를 흐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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