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봐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는 ‘제2의 성’에서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자가 되는 것이다.’란 유명한 명구를 날린다. 역사 등에서 여성에 대한 작위적 편견을 거치면서 여성은 사회 속의 ‘타자’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보봐르가 본 여성의 일생은 3가지로 나누어진다. 신체적으로 남아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유년기, 종(種)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는 젊은 처녀시절과 성(性)의 입문시기, 종의 지배를 벗어나는 성숙기와 노년기다.

보봐르는 종의 지배가 여성의 신체에 달라붙기 전 유년기에는 본태적으로 성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기(離乳期)를 맞은 갓난애들은 3, 4년간 여자와 남자아이의 태도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가정과 사회는 성(性)에 대한 인식도 없는 4에서 10세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성차별을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유모는 남아에게 자신의 성기를 자랑스러운 존재로 여기게 하고, “너는 남자니까”란 말 따위로 여아와의 구별을 강요한다. 반면에 여아에게는 여체에 신비함을 갖도록 복장으로 가리게 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정숙과 교태를 교육시킨다. 이제는 고전이 된 ‘제2의 성’ 시절과는 동떨어진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 남아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남 어린이집 사건’(여기서는 이렇게 표현하겠다)으로 한 때 구설수에 올랐다. 만 5세의 남자 어린이가 원우인 동갑내기 여자 어린이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수차례 항문과 생식기에 손가락을 넣어 상처를 입힌 사건 때문이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이 사건에 관해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현상)일 수 있다”고 말해 여론으로부터 크게 곤욕을 치룬 일이 있다.

그런데 5일 박 장관은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들과 다시 만나 “보건복지부는 아동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며, “둘 다 만 5세의 어린이들인데, 가해자와 피해자로 분류하는 것은 타당치 않으며, 우선 두 어린이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최소화 하는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가장 넓은 의미의 용어는 ‘성적 일탈행위’이며, 어른에게 적용되는 성폭력이란 용어를 쓰면 아이를 보호할 의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성폭력이란 용어를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2일 국회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발언으로 각종 온라인과 SNS에서 퇴출하라는 여론의 질타까지 받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22만 명에 이르러, 부처 차원의 해명과 사과성명까지 발표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학자 출신의 고집과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한 사명의식에 신선감까지 느껴진다.

시몬 드 보봐르 여사가 이 사건을 보았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무래도 종의 지배가 시작되기 전인 만 5세 어린이들의 이 사건은 박 장관과 뜻을 같이 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쪼록 피해자와 가해자 양 부모님들은 어린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대화의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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