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적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기대하며

[한국정책신문=최인철 기자]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의 선구자이자 아무도 가지 않고 선뜻 생각하지도 못한 길을 걸었다. 30년전 소떼 방문은 세계적 이벤트였고 민간이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앞장서 해결하는 선구자의 길이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소명적 사명감이 이뤄낸 결과다. 당시 재계에서는 "오로지 왕회장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1조원'의 실탄이 있더라도 삼성 등 다른 그룹들이 섣불리 이뤄내기 힘들다는 차별성을 인정한 것이다.

LG화학 역시 창설때부터 각종 생필품들을 처음으로 국산화한 일등공신이었다. 이같은 DNA는 2000년대 들어 '2차전지'라는 다소 과격한 선택을 결정하는 밑바탕이 된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주저하고 있던 사업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노기호 당시 LG화학 대표이사의 추진력에 그룹 경영진은 전적인 지원으로 힘을 보탰다. 연구개발을 선도한 LG화학의 씨앗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등공신이었다.

공교롭게도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이 정치외교적 이유로 오랜시간 시련을 감내해야만 했고 최근 북한의 압박으로 속앓이가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북사업 중단으로 현대그룹의 북한관련 전문가들은 흩어졌고 식료품, 유통기업들에서 이 인재들을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어렵게 키운 인재들을 여건상 관리하기 어려웠던 현대그룹으로서는 통한의 대목이다. 

LG화학의 2차전지, 배터리 인력들과 기술은 경쟁업체들의 러브콜을 한데 받으면서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본능인게 엄연한 비즈니스세계다. 하지만 못지 않게 비즈니스의 핵심이자 정수는 '신뢰'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개척한 선구자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면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특징이던 '야수적 기업가 정신'은 완전히 멸종되고 말 것이다. 안그래도 이미 상당히 도태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최인철 산업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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