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좌절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유동수 위원장이 개정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정책신문=이지우 기자] 자금난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영업정상화' 불이 켜졌다. 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주목받았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도 9여 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심사할 때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은 최근 5년간 금융거래법령과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조세범 처벌법 위반 전력이 없어야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부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현행법은 케이뱅크의 성장 족쇄역할을 했다. KT가 지난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후 대주주에 오르지 못하면서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었다.

자본난에 놓인 케이뱅크는 지난 3월부터 대출 상품 판매 중단에 이르렀고 장사를 재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인터넷은행법 개정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자본 확충을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행법 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았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도 9년 만에 통과됐다.

금소법 제정안은 금융위 발의안을 중심으로 금융사 영업행위 규제·소비자 권리 강화 내용이 주축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상품 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 권유행위 금지·광고규제 등이 담겼다.

금소법은 최근 DLF 사태 이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관심이 커지면서다. 지난 14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DLF 사태관련 제도개선 방안에도 금소법 추진이 명시됐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는 반영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악의적·반사회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토록 한 것이다. 집단소송제는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생기면 일부 피해자가 소송 제기로 판결을 받으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같은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제도다.

다만 금융사의 위법사실을 입증하는 책임 주체를 피해자에서 금융사로 전환하는 입증책임 전환 문제는 금융사의 설명의무 위반 시 고의·중과실에 대해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금소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1년 최초 발의가 이뤄진 후 총 14개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는 매번 좌절됐다.

인터넷은행법, 금소법과 달리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용정보법은 흩어진 신용정보들을 통합한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소비자 맞춤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비금융 정보에 기반을 둔 전문신용평가사(CB)를 신설, 금융소외계층의 신용도를 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여야 의원들은 개정안 처리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야당 의원들이 개인정보 보호 방안이 더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통과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0년간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공방을 펼쳐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논의도 진행되지 못했다. 인터넷은행, 신용정보법 등 굵직한 사안에 밀려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실비보험 청구 간소화는 전국의 모든 병원과 보험사를 전산망으로 연결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내용이다.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의료기관은 환자(보험계약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비 증명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하도록 한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서류를 보낼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고용진 안) 또는 제3의 전문중계기관(전재수 안)을 거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의 진료 정보를 모두 수집할 경우 과거 진료 이력 등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이나 계약 연장을 거절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개정안 통과를 기대해 온 보험업계는 "이번 좌초로 다시 의원 발의부터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최소 2~3년 간은 가입자 보험 청구가 지금처럼 불편할 것"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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