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핏빗 CEO 제임스 박 업계 주목

<fitbit>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미국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기기 업체 ‘핏빗(fitbit)'을 21억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이 웨어러블 업체 핏빗을 인수함에 따라 스마트워치와 헬스케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경쟁사 애플과 웨어러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일(현지시간) 핏빗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기준 19% 이상 뛴 주당 7.35달러에 알파벳과 인수합병(M&A)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양사간 M&A 소식이 첫 보도된 이후로 일주일만의 성사로 주당 당시 기준으로 7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인수가는 21억(약 2조4500억원) 달러에 이른다. 합병 발표 직후 핏빗 주가는 16% 폭등했고 알파벳 주가도 0.8% 상승했다.

핏빗은 심박수, 수면 시간 같은 핵심 건강지표를 측정하는 미 웨어러블 기기업체다.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와 에릭 프리드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2007년 공동 창업했으며 스마트워치가 대표 제품이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을 팔았으며 사용자 수는 2800만명을 넘는다. 

핏빗은 지난 2015년 웨어러블 업계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당시 2015년 제임스 박 CEO의 재산은 6억6000만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세 미만 기업가 29위에 올랐다. 이번에 핏빗이 구글에 매각되면서 제임스 박 CEO(소유 지분 8%)는 1억5000만달러(약 1750억5000만원)를 거머쥐는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제임스 박은 1.5세 재미교포로 한국에서 태어나 3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고등학교를 졸업 후 하버드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창업을 위해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그는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 꼭 대학졸업장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특히 기술분야였기 때문에 대학졸업장이 없어서 불편하거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로지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하버드대 중퇴 후 1999년 전자상거래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에페시테크놀로지를 세웠지만 판매 저조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다시 온라인 사진공유 서비스 업체인 와인드업랩스를 설립한 뒤 성장시켜 2005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씨넷에 매각했다.

그는 씨넷에서 개발담당자로 일하다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닌텐도 위(Wii) 게임에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것이 웨어러블 기기라는 시장 자체가 없었던 시절, 핏빗의 창업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핏빗은 지난 9월 국내에서 차세대 스마트워치 ‘핏빗 버사2’를 선보이며 관련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바 있다. 구글에 인수되기 전만 하더라도 애플이 스마트워치 분야에 본격 진출하면서 시장이 양분되며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이었다. 

제임스 박 CEO는 이날 핏빗의 구글인수를 발표하면서 "구글의 자원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면 핏빗이 웨어러블 기기 품목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더 빨리 측정하며, 모든 이들을 더 쉽게 건강해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M&A가 성사되면 글로벌 웨어러블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인프라에 핏빗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더해질 경우 웨어러블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점유율은 애플이 46.4%로 1위이고, 삼성전자가 15.9%, 핏빗이 9.8%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구글이 세계 3위 스마트워치 시장사업자를 인수해 애플과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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