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합의 파기 책임 물어 "스스로 소 취하하라"…손해배상액으로 각 5억원씩 청구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또 한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스스로 소송을 취하할 것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양사의 소송전은 국내외에서 더욱 얽히고 설키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차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등에 제기한 소송에서 ‘합의 파기’의 책임을 물어 LG화학을 상대로 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과거 소송전의 결과로 양사가 ‘대상 특허로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안을 LG화학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소송의 원고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사업의 미국 법인인 SKBA(SK Battery America, Inc.)이며 피고는 LG화학이다.

LG화학이 미국 ITC 등에 제출한 2차 소송(특허침해금지청구)에는 KR 310 특허가 포함돼있다. 이는 지난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양사간 체결한 분리막 특허(KR 775·KR 310)에 대해 ‘대상 특허로 국내·외 쟁송하지 않겠다’, ‘10년간 유효하다’는 내용의 합의를 깬 것이라는 게 SK측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합의 파기를 이유로 ‘LG화학이 2차 소송을 통해 특허침해를 주장한 분리막 관련 3건의 특허에 대해 LG화학 스스로 소송을 취하할 것’을 청구한 것이다. 

취하를 청구한 대상은 과거 분쟁 대상이던 국내 특허에 해당하는 미국 특허(US 7662517)과 2건의 그 후속 특허(US 7638241, US 7709152)들이다. 이중 1건(US 7662517)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특허침해를 주장했다 패소한 국내 특허(KR 310)와 완벽하게 동일한 특허이기 때문에 이번 취하 청구 대상이라고 소장에서 밝혔다.

KR 310 특허는 지난 2011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를 제기한 이후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패하자, 2014년 10월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사 간 소송의 쟁점이 된 특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특허무효 및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에서 계속 승소해 최종 승소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의 합의 제안을 산업 생태계 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받아들여 합의해줬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은 양사 합의의 기본 목적이 ‘관련된 모든 소송 및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9월 LG화학이 KR 310의 미국 대응 특허 외에도 2건의 후속 특허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킨 것 역시 명백한 쟁송 금지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 후속 특허까지 총 3건을 소 취하 청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SK이노베이션과 SKBA는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LG화학에 우선 각 5억원씩을 청구했다. 또한 소 취하 청구 판결 후 10일 이내에 LG화학이 특허 3건에 대한 미국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경우, 취하가 완료될 때까지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두 원고에 매일 5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합의 의무 위반은 신의칙상 용인할 수 없는 악의적인 행위로, SK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미치는 직·간접적 사업 방해가 심각하고 사업 가치 훼손이 크다고 판단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LG화학이 건전한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고 있고, 거기에 더해 과거 소송을 먼저 제기하고 연이은 패소로 불리하게 되니 먼저 합의를 제안해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안까지 들고 나서 소송을 확대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냉정하게 소송은 소송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엄정 대응해 사업 가치와 산업 생태계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즉각 반발했다.

LG화학은 “양사가 합의한 대상특허는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KR 310)이라는 특정 한국특허 번호에 관한 것으로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특허 775310’과 ‘미국특허 7662517’은 특허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 차이가 있는 별개의 특허라는 설명이다. ‘특허독립(속지주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

LG화학은 “결론적으로 경쟁사는 현재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서 내용마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억지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4년 당시 소송 상황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당사가 패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무효심판에서는 LG화학이 1심 패소했으나 특허를 정정한 후 무효심결 취소소송의 상고 사건에서 승리,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얻어냈다. 즉 LG화학이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정정심판이 인용된 것.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이 정정무효심판을 제기했으나 청구 기각돼 해당 심판 사건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 후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양사간 합의가 이뤄졌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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