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미래 사업 경쟁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촉각 곤두

삼성전자 엑시노스(Exynos) 980 <삼성전자 제공>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투자와 육성 전략을 발표하고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차세대 반도체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사업에서 주도권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텔이 26일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서 차세대 메모리 전략을 발표했다. 

인텔은 이날 새로운 옵테인 기술 개발 라인 운영계획을 공개했다. 옵테인은 인텔의 독자기술로서 D램의 데이터 처리 기능 일부를 대체하면서도 비휘발성 특징을 갖는다. 인텔은 D램과 SSD의 중간에 위치한 기업용 메모리로 불리는 옵테인 DC 퍼시스턴스 메모리를 선보이면서 D램만큼 처리속도가 빠르면서 SSD만큼 저렴하다는 장점을 적극 내세웠다. 

이와 함께 업계 최초로 144단 SSD 출시 계획까지 연달아 발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만드는 128단 낸드 제품보다 더욱 집적화된 제품으로 우수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64단 SSD를 출시한 인텔은 올해 4분기 96단 SSD를 발표하고, 내년 144단 제품까지 내놓으면서 경쟁업체들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보인 QLC는 96단 수준이다. 인텔은 64단 제품을 선보인 상태며, 올해 4분기 96단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QLC는 하나의 셀에 비트 4개를 저장하는 제품으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TLC(하나의 칩에 비트 3개 저장) 낸드보다 생산성이 3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인텔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서버용 CPU를 옵테인 및 SSD를 패키지로 판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옵테인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두 회사 모두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연구개발을 통해 인텔과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 4일 5G 통신용 칩과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하나로 통합한 5G 통합칩 '엑시노스 980'을 공개한지 이틀 만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세계 최초를 주장하며 지난 6일 5세대 이동통신(5G) 통합칩 ‘기린 990 5G’를 공개한 바 있다.

곧이어 지난 25일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AI칩 ‘한광 800’을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이 제품을 머신러닝에 특화된 고성능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처리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는 알리바바가 반도체 부문을 출범시킨 지 불과 1년 만에 NPU 기술을 공개하고, 화웨이도 지난해에 이어 지속해서 5G 반도체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기술 격차가 좁혀질 위기에 처했다.

5G 통합칩이나 NPU 등은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지목한 차세대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반도체비전 2030'을 선언하고 5G, 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엔 관련 행사에서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 사장은 "NPU 사업 강화로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며 AI 핵심 기술로 NPU를 지목하고 전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바 있다.

업계는 차세대 기술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여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줄곧 견지해왔던 초격차 전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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