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채권’이 거래될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서 지난해 4월 ‘유령주식’을 발행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삼성증권과 유사한 사고였다는 점에서 증권사 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 12분과 13분에 JTBC 회사채에 대한 매도 주문 300억원, 500억원 어치가 각각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이는 JTBC 회사채의 총 발행금액인 510억원을 뛰어넘는 물량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지난 16일부터 시행된 전자증권제도로 전산 시스템을 바꾸면서 한 직원이 ‘타사 대체 채권’을 입고 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설정을 잘못해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타사 대체 채권은 고객이 다른 증권사 계좌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옮기는 것이다. 한 고객이 JTBC 회사채 2000만원 어치를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옮겼는데, 실제로는 200억원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한국투자증권 측에 이를 알렸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이 이 문제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다른 타사 대체 채권 입고 계좌 두 개에서 각각 금액이 1000배로 부풀려진 300억원, 500억원 어치의 매도 주문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나왔다.

이날 시장에 잘못 나온 매도 주문 물량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고객과 시장의 피해는 없었다”며 “해당 프로그램 역시 수정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 측의 조치가 늦어져 거래가 체결됐을 경우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 거래 시스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해당 주문이 한국거래소 시스템에서 최종적으로 취소된 시각은 각각 오전 10시 25분과 28분이었다.

더군다나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서 일어났던 거래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6일 우리사주 조합원 계좌로 1주당 1000원 배당금 대신 주식 1000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를 냈다. 당일 오전 삼성증권 주가가 전일대비 최대 11.7%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에서는 해외 주식거래 중개과정에서 주식병합 결과를 늦게 반영해 고객이 실제 주식보다 3배나 더 많은 양의 주식을 시장에 판매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사건 이후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고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개선까지 완료했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유사한 사고가 채권시장에서 발생함에 따라 국내 증권사의 허술한 거래 시스템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 측은 “거래소 시스템은 발행잔액(만기가 도래하기 전의 채권 잔액)을 넘어서는 주문을 거부하게 돼 있는데, 이번 주문은 발행잔액(510억원)보다 적은 금액으로 나뉘어 나와 주문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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