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합병 땐 경쟁력 강화" vs 수은 노조 "본인 무능 감추려 제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서울 여의도에 나란히 본점을 두고 있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이 두 국책은행의 관계가 최근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두 기관의 합병을 주장하면서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정책금융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두 기관이 합병되면 인력과 예산이 절감되는 등 시너지가 높아져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아직 산은 내부적으로도 공유하지 않은 순수한 사견”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정부와 논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럽게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수은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일방적으로 합병 이슈를 공론화시킨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수출입은행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이 회장은 무능함을 감추려는 무책임한 합병설 제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지난 2013년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은은 대내 정책금융을, 수은은 대외 정책금융을 전담하는 것으로 업무영역을 구분했다”며 “특히 해외 중장기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인 수은이 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의 발언은 산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 발언”이라며 “이 회장은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함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회장의 발언 시기를 놓고도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현재 수은은 전직 행장(은성수)이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수장 공백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민감한 이슈를 꺼내 든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수은 행장의 공석기간을 틈타 ‘수은 부지가 원래 우리땅이었다. 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다’라는 발언으로 타 국책금융기관을 비하하고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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