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제공>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DB그룹의 계열사가 거액의 상표권 사용료를 사실상 지주회사인 DB INC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DB INC 지분을 보유 중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등 총수일가에 부당이익을 몰아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DB INC가 DB그룹 계열사들에게 그룹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도록 용인한 것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DB INC는 지난 2017년 6월 ‘DB’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후 각 계열사들은 상호를 모두 DB로 변경했고, 지난 2018년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개월간 총 29억3000만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DB INC에 지급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대규모의 상표권 사용료를 DB INC에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DB손해보험은 상표권 사용료 중 약 81%를 부담하고 있는데, DB손해보험이 직접 상표권을 개발 및 출원했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 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B그룹은 곧바로 해당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DB그룹 측은 “DB INC가 상표권 관리 주관회사가 된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대표기업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주회사 혹은 지주회사격인 회사가 그룹 상표권을 개발·관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014년 11월 21일 특허청이 발표한 대기업 상표심사지침에도 ‘대기업 그룹명칭이 들어간 상표는 하나의 상표관리 회사 또는 지주사가 일괄적으로 관리·출원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롭게 상표권을 사용하게 된 배경과 관계없이 DB손해보험 등 계열사의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 지분이 많은 DB INC에 이전했는지가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존 동부그룹의 상표권을 보유한 동부건설이 매각됨에 따라 그룹의 새로운 상표권을 개발·출원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임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DB INC만이 상표권의 등록권자가 돼 주요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DB INC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동부건설을 대신해 그룹의 대표회사로 공정위 공시업무를 맡아오고 있지만 실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며,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B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상 대표회사인 DB INC가 편의상 다른 계열사들을 대신해 그룹의 새로운 상표권을 개발·출원하는 업무를 맡는 것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룹과 계열사의 편익을 위한 목적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표권 출원 후 등록권자의 변경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DB INC가 모든 상표권의 등록권자가 되도록 한 것은 결국 DB그룹 계열사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의 경우를 보면, 공정거래법상 대표회사는 삼성전자지만 삼성그룹의 상표권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13개 회사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23조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상장 3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제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DB INC는 유가증권 상장회사로 최대주주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과 그의 친족이 지분 39.49%를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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