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경영 불확실성 지속될 것"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어렵사리 30만원대를 회복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 주가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장중 한 때 30만4000원까지 올랐던 삼성바이로직스 주가는 4.89% 내린 27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음 거래일인 지난 30일에도 1.28% 하락 마감한 바 있다. 삼성물산도 지난 29일과 30일 각각 4.05%, 1.37% 내려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금융 캡처>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데는 대법원 판결이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쟁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 당시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며 “승계 작업과 그에 관한 대통령 직무 및 제3자 제공되는 이익 등 사이 대가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인정함에 따라, 향후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결되는 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때 제일모직에 대한 고평가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 덕분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4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방식 변경으로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덩달아 뛰어오르게 된 것이다. 

실제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면서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수주 및 실적 가이던스(전망) 조정 요인이었던 검찰조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분식회계와 경영승계 과정의 연관성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신규 투자에 대한 검토 역시 수주 활동이 정상화 되기 전까지는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물산 역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16년 말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를 보면 국정농단 관련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외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며 “지난 2017~2018년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으로서 실적보다는 그룹 관련 이슈가 주가를 지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가치와 지분가치를 고려할 때 삼성물산은 저평가된 상황이지만 대법원 판결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적정 시가총액을 찾아가기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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