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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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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룹으로 번지는 SK-LG '배터리 난타전' 안타까워…무엇을 위한 전쟁인가한국경제 불확실성 속 '미래먹거리' 책임지는 재계 3·4위간 '사생결단' 소송…승패없는 싸움 우려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극일·반일·항일을 내세우며 일본으로부터의 경제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향하는 곳은 결국 기업이다.

최근 문대통령은 LG화학의 양극재 공장, 효성의 탄소섬유 제조 공장 등 소재 기업을 일일이 방문하며 격려하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를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해 관련 산업에 힘을 실어주는 등 친(親)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로서 기댈 곳은 결국 차별화된 기술력뿐이며, 이를 키워냈고 키워갈 곳 역시 기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시화하면서 국가 미래먹거리인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수입처 다변화, 소재 국산화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지만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일본의 보복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상처를 남길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스스로 강해질 기회라 믿지만 분명한 건 상당한 불확실성도 함께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 재계3위 SK와 재계 4위 LG가 ‘배터리 관련 기술’을 놓고 ‘아군끼리 난타전’을 시작한 건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말 자사의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6월 초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어 30일인 오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배터리 관련 기술 특허’를 침해한 LG화학과 LG전자를 동시 제소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LG그룹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화학과 전자는 LG그룹을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이번 소송에서 이길 경우 LG화학·LG전자 두 회사가 손해 배상 등 금전적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배터리 사업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경쟁사를 향해 ‘귀사의 주요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사태를 대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대기업의 역할이라 판단,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럼에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즉각 반박했다. “어떤 대화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 또한 양사의 특허 수가 14배 차이임을 내세우며 “본질을 제대로 인지했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양사가 서로 감정적인 표현을 거르지 않고 쏘아대는 모습으로 봐 ‘진흙탕 싸움’에 돌입한 모양새다. LG화학은 SK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경우 언제든 대화에 응하겠단 입장이다. 

모두 ‘상대의 사과가 먼저’라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니 결국 다시 평행선이다. 

“국가 경제가 위기 상황이니 당장 싸움을 멈추고 화해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식의 강요는 자칫  ‘전체주의적’이며 ‘비시장주의적’이다. ‘이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기업이 막대한 소송 비용을 미국 로펌에 쏟아 부으면서까지 법적 다툼을 고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사려된다. 

‘국익 앞에 사익을 내려놓으라’고 하기엔 기업간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있는 시대가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의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현재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유럽연합과 유럽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부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2025년경 유럽과의 본격적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의 배터리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SK와 LG가 서로의 발목을 걸고 넘어지는 동안 글로벌 주자들이 전력질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양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시장을 잃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국가경제에 상당한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사례도 있었음을 밝히고 싶다.

지난 2015년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과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분야 등록특허에 관한 상호 통상실시권 허여계약’을 체결했다. 3년간의 긴 법정다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쿠션 화장품 특허 사용을 허락하고 LG생활건강은 자사 치아미백제에 적용한 특허를 아모레 측에 제공하는 게 골자다.

‘에어쿠션’은 아모레퍼시픽의 부흥기를 이끈 전략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후 ‘특허’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유사제품이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와 애를 먹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경쟁사인 LG생건을 상대로도 특허소송을 진행했었으나 결국 양사의 특허를 상호교환해 이익을 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식 같은 아이디어를 내려놓은 아모레퍼시픽의 결정이 있기까지 경영진의 숱한 고민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역시 너무 오랜 시간 서로의 품격과 성장 가능성에 흠집을 내지 않고 그들의 주장대로 우선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지도부의 용단이 필요할 때다. 

한행우 기자  hhw86@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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